코로나 때문에 ‘집콕’ 하려니 몸이 쑤신다. 남들에게는 ‘재택근무’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이 없어서 놀고 있다. 다들 잠적도 안 하고 실종도 안 되는지 ‘실종’을 검색하면 ‘올해 배추김치 실종…배춧값 폭등’이런 기사만 나온다. 사라진 배추김치를 찾아와야 하나.
이런 상황이었으니 오랜만에 들어온 의뢰에 심장이 두근댈 수 밖에 없었다. 의뢰인은 강혜라 씨와 모텔에서 만났던 24살 조우리 씨였다.
– 임신중지를 하려는데, 같이 가 줄 수 있으세요?
내가 탐정이지 심부름센터인가. 탐정에게 의뢰를 할 거면 ‘손만 잡고 잤는데 임신이 되었어요’라는 미스테리라든지 ‘애 아빠 후보 3명 중에 진짜 아빠는 누굴까요’ 하는 ‘맘마미아’적인 문제라도 갖고 왔어야지. 마음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 머리엔 보닛을 쓰고 끈을 맸다.
엄마 아빠가 불륜탐정이어서 불륜으로 아이가 생긴 불륜남녀들을 가끔 보아 왔지만 산부인과에 따라간 적은 없었다. 불륜하는 의뢰인들이 불륜 탐정에게 하는 질문은 딸만 있던 의뢰인이 불륜녀가 아들을 임신했다고 좋아하면서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외자식을 올릴 수 있는지 묻는 다거나, 불륜녀가 자꾸 소원해지는 불륜남을 잡기 위해 출산을 고민한다거나 하는 등 주로 낳고 나서 수습하려 드는 상황들이었다. 이번처럼 낳기 전에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 혼자 가긴 무섭고, 친구나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싶어서 그래요. 오빠가 같은 과여서 소문이 퍼지면 학교 다니기 어색할 거 같아요.
– 저번에 그 오빠랑 헤어졌다면서요?
– 그게…지원하는 회사마다 탈락할 때마다 오빠가 위로해주다가…
뻔하지. 위로해주는 척 치근덕대다가 포옹이 탈의로 이어지는 코스였겠지.
– 오빠네 자취방에서…분위기를 깰 수 없어서…오빠가 알아서 잘 하겠다고 했는데…
– 질외사정은 피임 아니라니까요. ‘오빠’한테 임신한 거 얘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