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하기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눈을 떴을 때는 구름 속에 파묻혀 있었어요. 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에워싼 팔 안으로 파고들었죠. 거구에 무척 힘이 세고 우락부락하던 적란운은 나를 거칠게 끌어안았고 덕분에 기운을 차린 나는 따뜻한 수증기를 여러 겹 걸쳐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를 소진해야 했어요. 안타깝게도 나는 그보다 강해져 있었거든요. 벗은 발을 놀리며 휘돌아 오만한 그 작자를 굴복시킬 때 그가 터뜨렸던 난폭한 웃음소리를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바다였어요. 대해는 송곳니를 드러낸 채로 으르렁거렸습니다. 나는 가파른 계단 같은 파도를 디디며 비상했어요. 더, 더, 더! 소리치면서 성난 바다를 부추겼죠. 내가 입은 드레스 자락이 수면 위에 끌리며 그려 내는 무한한 궤적을 확인했어요. 그것들은 한편으로 영원히 잇대어지는 시간과도 같았죠.
사랑하는 당신, 해변에 앉아 물결의 모양을 헤아리는 사람들을 비웃지 마세요. 거기에는 우주의 비밀이, 한 시대의 시작과 종언, 무수한 차원으로 펼쳐졌다 끝내는 하나의 작은 점으로 소멸하고 마는 공간의 수수께끼, 인간이 해석하지 못한 모든 기호와 상징의 의미가 깃들어 있으니까요.
폭풍의 씨앗
폭풍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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