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안방에서 인형이랑 블록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놀라서 접시도 깨 먹고 물이 뚝뚝 듣는 고무장갑을 낀 채 안방으로 달려갔다. 방 한가운데 주저앉은 아이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울고 있었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유진아!”
일단 아이를 세워 놓고 머리부터 시작해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있는지 샅샅이 뒤졌다. 몸은 멀쩡했다. 피가 나거나 멍이 들거나 혹이 생긴 곳은 없었다.
“아유, 우리 유진이가 왜 그럴까. 엄마 여기 있어. 이젠 괜찮아요.”
엄지로 눈물을 닦아 주며 시선을 마주쳐 보려 했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거듭해서 안아 주며 얼마나 놀랐는지 아픈 데가 있는지 물어봐도 대꾸 없이 울어 대기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속절없이 속만 타들어 가던 와중에 문득, 아이가 줄곧 오른팔을 앞으로 뻗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황이 없던 와중이라 단순히 안아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자세히 살피니 아이는 손끝으로 장롱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쁜 직감이 엄습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이를 끌어안고 냅다 밖으로 뛰쳐나와서 옆집 초인종을 미친 듯이 눌렀다. 옆집 아줌마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띠고 문을 열어 주었다.
***
“죄송합니다.”
경찰이 집을 샅샅이 뒤지고 집 대문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비추는 CCTV까지 확인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아낼 수 없었다. 장롱 안은 깨끗했고, 누가 현관문 외의 다른 곳으로 오갔다는 것을 보여 주는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검은 거……. 검고 머리카락이 많았어요.”
“아저씨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장롱 안에서 나를 계속 쳐다봤어요.”
이것이 바로 유진이가 나와 옆집 아줌마 앞에서 훌쩍이며 증언했던 내용이었다. 이 얘기에 둘 다 식겁하여 곧바로 경찰을 호출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