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 보이시는데, 몇 살?”
“이십 대 초…중반입니다.”
“학교는?”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긴 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대학 안 가고 탐정 일을 하는 건 부끄럽지 않다. 고졸이라서 사건 의뢰를 못 받으면 내 계좌에 미안해서 그렇지. 엄마는 자기도 불륜 탐정이면서 나한테 점수 맞춰 아무 대학이라도 가서 대학졸업증명서라도 따든가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했지만, 나는 “대학 다니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니 그 기간에 현장에서 구르면서 ‘경력 탐정’이 되겠다”고 큰소리 쳤다. 그랬더니 이렇게 대학 어디 나왔는지 묻는 의뢰인을 만났다.
“아니, 학교, 어디 나왔냐고요.”
찰나의 순간에 머리가 팽팽 돌아간다. 해운대, 첨성대는 누가 들어도 거짓말 같겠지?
“…서울사립대요…”
“네? 어디라고요?”
발음을 뭉개면서 대답했으면 눈치껏 서울국립대와 서울시립대 사이에 있는 대학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될 텐데.
“서울 사립대요.”
“SKY 아래 대학이신가 보네. 학생증 보여줘 봐요.”
나도 추리 소설에 나오는 명탐정처럼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나서 “음, 흥미롭군요.”하며 수임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싶었는데. 현실에선 의뢰인에게 면접이나 당하고 있다.
“의뢰인님’도’ 명문대 나오셔서 아시겠지만,”
‘도’에 내가 포함된다고는 안 했다.
“제 대학은 어떻게 알았어요? 뒷조사 했어요?”
명문대 졸업장 말고는 내세울 거 없는 인간들이 꼭 남의 학벌에 집착하더라고요, 라고는 안 했다.
“머리 좋은 애들이 일머리도 좋은 건 아니거든요. 살인 해 봐야 추리소설 쓰는 거 아니고, 대학 나와봐야 대입사기 추적하는 거 아닙니다. 어차피 탐정은 학부에 학과도 없는데 대학이 무슨 소용이에요.”
“그럼 지금 인서울 대학도 아니란 거네요? 아니 탐정을 할 거면 비슷한 경찰대라도 나오든가!”
경찰대 나와서 탐정하라니 이건 무슨 경영학과 나와서 노조하라는 소리야.
“제가 고졸이라 싫으시면 대학 나온 경찰이나 사시패스한 검찰한테 가시든지요. 의뢰인님도 떳떳할 거 없으니까 사설 탐정 찾아오신 거잖아요.”
“아니 내가 찜찜할 게 뭐 있어요? 내가 대학교수처럼 대학원생 시켜서 논문 쓰고 자식을 공저자로 올리기라도 했어요? 아니면 학교에서 SKY반 애들한테 해 주듯이 교내대회 만들어서 상을 몰아주기를 했어요? in서울은 되는데 SKY는 안 되는 애매한 애들은 학교에서도 잘 안 챙겨주니까 입시 컨설턴트한테 가서 도움 좀 받으려고 한 건데, 입시 컨설턴트는 무슨, 사기꾼이라서 쌩돈 날리고 대학도 떨어지고! 대치동 애들은 입시코디가 있다는데, 빤한 월급쟁이 형편에 나름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입시 컨설턴트한테 믿고 맡겼더니, 대학도 합격 못 시키고 야반도주를 해 버렸는데 탐정이라도 찾아서 환불이라도 받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