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님이 제일 문제인 거 아십니까? 제가 무슨 소리를 들었게요? 설마 학교 안에서 노숙하고 계신 건 아니겠죠? 오는 길에도 학교 벤치나 체육관이나 문 닫힌 학관 안에서 쓰러져 자는 인형탈 괴담을 얼마나 들었는지. 아니, 총장에게 영감님 나타나셨다고 듣자마자 총무 통해서 열쇠 전달해 드렸을 텐데? 육신으로 생활하시기에 하나 불편함 없게 모시기로 했잖습니까. 이러시는 건 아니죠.”
역시 있었을 지도 모른다, 펜트하우스. 그런데 아무데서나 그렇게 방전되어 주무시고 폐나 끼치고 참 잘 하십니다. 어이없는 헛웃음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은진은 혼내라, 더 혼내주세요 하고 고소해하며 마음속으로 이사님을 응원했다. 은이사의 다음 타겟이 자신이 될 줄도 모르고서 말이다. 헛된 즐거움이었다.
“그쪽 학생인가? 영감님 멘토라고? 사수라고 하나?”
“…그냥 제비뽑기로 된 평범한 방장입니다.”
그렇게 매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시면 ‘자네 연구 실적이 형편없군. 우리 학교의 수치야.’라며 내쫓으실 것 같잖아요. 그러나 왠지 은이사는 수고가 많다는 듯 딱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은진의 어깨를 두드려 줄 뿐이었다.
“잘 부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