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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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하철 7호선 H역에 있는 스낵 자판기였다. 승강장의 한 구석에서 묵묵하고 성실하게 제 소임을 다하는 평범한 녹색 자판기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평범한 자판기라고 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전국에 212대밖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비교적 희귀한 자판기였고, 스스로도 그러한 사실에 약간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고작 캔 음료나 내어주는 자판기들과 달리 11번부터 73번까지 무려 63개의 상품을 팔고 있다는 것에도 긍지를 느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지하철에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보냈다.

지루하고 참을성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다가와 그의 가슴께에 있는 번호를 꼭꼭 누를 때면 한순간에 모든 권태로움이 사라지고, 잔잔한 흥분이 그를 감쌌다.

사람들이 누른 번호의 상품을 정확히 집어 배출구에 떨어뜨리기까지의 시간, 그 시간동안 인형 뽑기를 하는 아이의 눈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란!

출근 시간이 되면 전날 밤의 회식으로 술 냄새를 풍기는 회사원이 껌을 선택했고, 늦은 오후 시간에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학생이 에너지 바를 선택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오는 어머니들도 종종 있었다. 어머니들은 대개 아이를 안아 올려 번호를 누르게 해주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기분 좋은 간지러움을 느꼈다.

때로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손님이 고른 물건을 그가 미처 배출구에 떨어뜨리기도 전에 지하철이 들어오는 경우였다.

한발 늦게 배출구로 떨어진 과자는 다음 손님의 차지가 되곤 했는데, 마치 복권에 당첨되기라도 한 듯 과자를 집어 드는 사람들의 얼굴은 그에게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다.

지하철 역안의 공기는 답답했고, 열차가 들어올 때의 소음은 그에게 난청을 안겨주었지만, 그래도 그는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에게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철용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