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함께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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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거 진짜 작동하는 거 맞지?”

남자는 재차 의심에 가득찬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하지. 내 실력을 의심하는건가?

“아냐. 그건 아니지. 네 실력을 의심할 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이건 뭐냐, 그, 합당한 의심이라는 거야. 배심원들이 하는거 있잖아?”

휴대폰 속의 목소리에 남성은 금세 위축되고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라고는 두개, 사람은 한명밖에 없는 좁은 방 안의 위계질서는 뚜렷했다. 고용주와 고용인, 관리자와 피관리자, 간수와 죄수, 그 따위의 엄격한 상하관계.

“그렇게 작은데 폭탄으로써 제대로 된 위력을 낼까 해서. 솔직히 약속한 폭발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작은걸.”

-다행이군. 자네는 곧 그 작은 폭탄의 위력이 얼마나 화려한지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아, 아니, 하지만…”

-걱정 말게. 자네의 그, 뭐냐. ‘대의’. 그런 건 잘 이뤄질테니.

“…알겠어.”

남자는 만족하지 못한 목소리로 답했다.

-내 대답이 그렇게 만족스러워 보이진 않는군.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듯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다시 말을 걸었다.

-걱정 말게. 모두 잘 될거야.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창가의 블라인드로 고개를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수화기를 들지 않은 왼손으로 챗살을 밀어내리자 지면에 반사된 햇빛이 환하게 쏟아져왔다.

거리는 아직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좀체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의 행렬 또한 시야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본디 사람이 지나가야 할 장소엔 각종 노점상이 자리잡았기에, 사람들은 수많은 차량과 비좁은 인도 사이를 왕복하며 겨우 앞으로 나가아고 있었다.

문득 한 소녀를 발견했다. 한 손엔 바닐라맛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있었다. 정말 환하게 웃고서 길을 건너가는 아이였다. 무엇을 위해서 이 곳에 오게 된걸까? 아주 작은 우연이겠지만, 그런 우연에도 이유란게 있기 마련이니까.

남자로써는 호기심이 생겼지만, 알 수는 없었다. 알 일도 없었다.

“그럼 시작하지.”

-행운을 비네.

“…언제 한번 만나서 이야기했으면 좋겠군.

-그럴 일은 없네.

전화가 끊어졌다. 남자는 챗살을 놓았다. 튀어오르듯 원형태를 되찾은 슬라이드는 원래 그랬어야 하듯 바깥으로부터 안을 가렸다. 혹은, 안으로부터 바깥을 가린 것일지도.

상관없었다. 어찌되든 남자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소녀가 얼마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어디론가 전송했다.

띠링.

그리고 폭탄은 기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