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원 A와 B를 구분 짓는 문제에 대해서

  • 장르: 일반
  • 태그: #전투원
  • 분량: 14매
  • 소개: 똑같은 복장을 입고, 정의의 사도에 맞서 싸우는 전투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두고 제각기 어떻게 불러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더보기

전투원 A와 B를 구분 짓는 문제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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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말해 두겠는데, 이건 그리 활기찬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하드보일드에 속할 이야기도 되지 못한다. 보증금 삼천만 원에 월 이십오만 원짜리 방에 지내는 두 명의 전투원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다.

 

전투원이란 단어를 보고서 화려한 액션에 대한 묘사를 기대했다면, 그 마음 잠시 접어 두시라. 시간적 배경은 휴일이고, 두 사람은 누가 설거지를 할 것인지 두고 다투기야 하겠으나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지난 전투에서 비롯했다.

 

일단 최소한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두 주인공은 악당들이다. 그렇다고 거대한 음모를 꾸며, 주식 시장을 마비시키거나 부적격한 사람들을 떼로 현역병으로 입대시키는 일을 저지르지는 않는다.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극장에 숨어들어 빨대를 모조리 훔쳐 사람들로 하여금 곤란함을 느끼게 하는 소소한 장난을 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들에겐 별달리 일을 꾸밀 결정권 자체가 없었다.

 

파워레인저를 아는가? 모른다면, 검색을 하고 돌아오시라. 그 전에, 바이오맨이나 후레쉬맨을 알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세일러문 또는 프리큐어와 같은 프로그램의 경우도 동일하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어째 혼자 다니질 않는다. 그리고 거기에는 떼로 몰려다니는 하급 전투원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개성이나 멋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복장을 입고 이상한 소리나 내며 달려들면, 정의의 사도에게 한 방 맞고 나가떨어지는 그런 역할들. 그러니까 이번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그들 중 하나인 것이다.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정의의 사도와 싸우는 게 두 사람의 일이었다. 혹시라도 오해할까 걱정이 되어 말하겠는데, 이들이 전투원으로 활동하는 건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그러니까 전투원이 본래 직업이고 아르바이트는 생활을 위한 보조 수단이다. 거기에 더해 전투원이라 함은 방송국 따위에 속해 연기를 하는 일을 말하지 않는다. 수준이야 영세하지만, 이들은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의 제국에 속해 있었다.

 

길고도 길게 돌아왔다. 언제 끝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이야기인데, 여기까지 읽었으니 이 둘에게 닥친 문제를 들려주겠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 둘이 속한 악의 조직은 꽤나 영세했다. 파괴 활동에 따른 환경보호 부담금을 몇 달째 미납했고, 구청과 시청에서 제각기 두 번씩 활동 미흡으로 경고를 받았다. 그 덕에 일곱 명이던 전투원은 둘만 남았고, 정의의 사도 측에서도 전투를 번번이 거절했다. 그들 입장에서도 이미지 손실을 걱정한 때문이었다.

 

악의 제국 수장과 전투원은 일이 없어져 지하상가와 여러 주점을 다니며 제국의 제후가 되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완이 좋지 않았다. 일부 분식집에서 요청을 받아들이기야 했으나, 손님들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인간 샌드백을 몇 번이고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 누가 전투원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을까? 세상 넓으니 있기야 하겠지만,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그렇지 않았다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