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장르: SF, 일반
  • 분량: 20매
  • 소개: 할머니의 냉동 집행 /온다 리쿠의 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에서 제목을 비슷하게 차용했습니다. 더보기

우리 집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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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아침부터 할머니의 변호사와 알코어 코리아의 직원이 들이닥쳤다. 2000년생인 증조할머니의 100번째 생일날이었다. 집에는 나와 오빠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직 자는 오빠를 깨웠다. 오빠는 침대 속에서 짜증을 내다가 알코어라는 말을 듣더니 벌떡 일어났다.

 

“누구시라고요?”

 

오빠는 까치집 머리로 손님들을 맞았다. 할머니의 변호사는 우리 앞에 50년쯤 된 서류를 들이밀었다. 100세가 될 때까지 자신이 살아있다면 알코어 사에 몸을 냉동시키겠다는 계약서였다. 오빠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 세계 대부분과 바로 연결되는 인터넷 전화였지만,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도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부모님이랑 연락이 되지 않는데요.”

 

오빠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직계 가족이시죠?”

“증손잡니다.”

“성인이시구요?”

“네. 이번 달에 생일이 지나긴 했는데.”

“아, 그럼 괜찮습니다. 여기 냉동확인서에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

 

알코어 코리아의 직원은 오빠에게 펜을 내밀며 사무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빠는 잠시 망설이며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미성년인 내게 이 상황에 대한 권리나 의무가 있을 리 만무했다. 오빠의 망설임을 눈치 챘는지 변호사는 할머니가 직접 작성한 인체냉동계약서를 다시 보여줬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미 200년 치의 보관료를 지불했다는 것, 그리고 김수현 씨 본인이 원했던 일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오빠와 나는 물끄러미 계약서를 들여다보았다. 할머니의 작고 둥근 필체로 사인이 되어 있었다. 오빠는 조금 더 망설이다가 서류에 사인을 했다. 곧이어 알코어 코리아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집 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는 자다 깬 채로 원숭이처럼 꽥꽥 소리를 지르며 들것에 실려 나갔다. 변호사는 냉동처리가 완료되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돌아간 후에야 오빠와 나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게 잘한 걸까. 잘 판단할 수가 없었다.

 

 

 

 

 

 

 

 

 

 

알코어 사의 사람들이 가고 나서 오빠와 냉동음식을 데워 먹었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 것이 얼마만인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가족들과는 생활 패턴이 달라 나는 늘 혼자 밥을 먹었다. 밤늦게까지 학습용 로봇이나 컴퓨터를 가지고 놀다가 새벽에 잠이 들었고, 다음날 느지막이 깨보면 집은 텅 비어 있었다. 학교는 다니지 않았다. 등하교가 번거로워 모든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대체된 지 오래였다. 학교에 나가는 아이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이 각자의 집에 틀어박혀 벽면에 고정된 커다란 화면으로 수업을 들었다. 아이들은 아는 것은 많았지만 친구는 적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째 부모님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불편한 것은 없다. 이 집의 보안 시스템은 완벽하다. CCTV 십여 대가 집 안팎을 감시하고 있다. 세탁이나 청소는 가정용 로봇이 알아서 하고, 음식은 냉장고에 종류별로 정리되어 쌓여 있다.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리기만 하면 식사가 가능하다. 냉동되지 않은 음식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드물게 요리라는 것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우리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냉동식품 대신 식사대용 알약을 먹었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치고는 너무 뚱뚱했다. 거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움직임을 대신하는 것은 자동화 시스템과 가정용 로봇들이었다.

 

“오빠.”

“응.”

“엄마, 아빠는 어디 간 거야?”

“몰라.”

“요새 계속 못 본 거 같아.”

“나도 그래.”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위잉- 어디선가 작게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아주 미세한 소음이었다. 오빠가 피자를 먹느라 쩝쩝대는 소리를 제외하면 집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오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마저도 들리지 않을 것이었다.

 

전엔 증조할머니가 소리를 냈었다. 할머니는 치매였다. 로봇 청소기를 따라다니며 깨끗하지 않다고 잔소리를 하거나 냉동식품이 맛없다고 투덜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