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이혼 변호사 – 독립운동가의 아내

  • 장르: 역사, 로맨스 | 태그: #경성 #여자변호사 #이혼변호사
  • 평점×40 | 분량: 102매
  • 소개: 경성의 여자들을 이혼시켜주는 여자 변호사. (원래는 독립운동가들을 변호하려 했으나…) 어쩌다 조수가 된 사회주의자와 함께 경성의 여자들을 누구든 무슨 사유든 이혼시켜 주... 더보기

경성의 이혼 변호사 – 독립운동가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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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고 평등하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구라나 다름없다. 천황제에 반대하면 인정사정 봐 주지 않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죄라는 치안유지법이 일본 사회주의자나 조선 독립운동가나 가리지 않고 잡아 들인대도 일본인이 일본법으로 판결받는 것과 조선인이 일본법으로 처벌받는 게 똑같느냔 말이다. 일본이 조선에 근대적인 법과 제도와 법정과 법관을 도입해서 조선인도 이제 차별없이 일본과 동일한 법을 적용받는다면서도 꼭 지들 유리한 건 ‘조선 풍속을 따른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일본인에게는 미개하다면서 가하지 않는 태형을 조선 법에는 그대로 둬서 만세 부른 조선인들을 태형으로 여럿 죽였듯이. 일본인이 보기에도 태형은 심하다 싶었는지 지금 와선 법전에 태형이 빠졌지만.

그러니 법이란 건 강자의 논리일 뿐이다. 애초에 일본이 조선을 잡아먹은 조약들도 국제법상으로는 합법이다. 식민지에서 모든 법과 제도라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편파적인 심판을 두고 축구를 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열심히 훈련하여 상대편보다 더 빨리 뛰면 이길 수 있다는 게 실력양성론자들이다. 운동장을 평평하게 밀어버리자는 게 사회주의자들이다. 공을 찰 게 아니라 심판 면상을 후려치자는 게 무장투쟁론자들이다. 법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느슨하고 유연하게 만들어졌으므로 필연적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니 심판 눈을 피해 반칙을 하자는 게 조선 법정의 변호사, 바로 나다.

피고는 주재소에 폭탄투척을 했다. 피고는 조선 독립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총독부의 말단 기관인 주재소를 공격했음을 진작에 시인했다. 이건 독립투사의 기개다. 검사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했다. 이건 부역자의 아부다. 판사는 검사 구형에 그대로 땅땅땅 법봉을 두드릴 것이다. 이건 일본 제국이 억압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고의 변호사는 무죄를 받아낼 수 없다면 어떻게든 최대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형량을 깎아야 한다. 이게 변호사가 받은 수임료의 가치다.

남들은 딸에게 무슨 법 공부씩이나 시키냐고, 신여성들 공부해봤자 취업 자리 없어서 시집이나 가고, 시집 가서 고루한 시부모랑 다퉈가며 가정생활이나 개량하니 법 말고 가정관리학이나 공부시키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꿋꿋하게 무남독녀인 나를 변호사로 만들었다. 아마 내가 법 말고 그림이나 음악을 공부하겠다고 했으면 아버지는 지원을 끊었을 터이다. 나는 이번처럼 아버지가 법정에서 마음대로 굴다가 면허정지 당했을 때를 대비하는 아버지의 스페어 타이어다.

“같은 길을 가지만 저는 아버지와 신발이 다릅니다. 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뢰인님을 잡범이 아니라 잡놈으로 만들어서라도 최대한 감형을 이끌어낼 겁니다. 저는 조선 독립 뭐 그런 대의보다 의뢰인의 이익을 우선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의뢰인님이 초범이 아니라서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는 반박하기는 힘드니까 아예 ‘던지지 않았다’로 갑시다.”

“증거를 조작하잔 말이오?”

(중략)

검사가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방청석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꼬질꼬질한 옷에 꾀죄죄한 낯의 젊은 촌부였다. 피고인과 조혼한 게 뻔한 구여성 조강지처였다. 아버지는 피고인의 아내에게 가서 검사의 구형은 검사 측의 바람일 뿐 그대로 형기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변호사가 다음 기일까지 새로운 증거를 법정에 가져 와서 판사를 설득하면 무죄는 어렵겠지만 6년보다는 짧게 살고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달했지만 아낙네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변호사의 일이란 변론 뿐만 아니라 피고인과 주변 사람 마을까지 살펴야 하니 변호야 말로 ‘인민의 위로’아닌가, 하고 있는데 방청석에서 철지난 맥고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던 수상한 사내가 다가왔다.

“당신 피앙세를 사랑합니까?”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