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엉망진창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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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엉망진창인 5월이었다.

그러니까 이 엉망진창인 이야기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이 시대의 정의감 넘치는 젊은이 미영이 기차에서 어느 한 여성을 강도로부터 구하면서 시작한다.

그날 미영은, 비록 백수였지만 자신도 뭔가 직장인처럼 쉬는 기분을 좀 내 보려고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미영이 여성을 열차 강도에게서 어떻게 구해 줬는지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사실 이 이야기 전체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목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여하간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모면한 여성은 보답의 표시로 자신이 들고 있던 하얀색 종이 쇼핑백을 미영에게 선물로 건네주었는데, 그 종이 가방에는 ‘명품 지리산 토종꿀’이라는 글씨가 인쇄되어 있었다.

아니 이렇게 귀한 걸…… 제가 이런 걸 받으려고 도와드린 게 아닙니다라는 둥, 별거 아닙니다 비싼 건 아니지만 제가 지금 드릴 게 이거밖에 없네요, 그래도 생명의 은인이신데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받아 주세요라든가, 그저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 거절할 수도 없고 그럼 주시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따위의 이야기가 오고 간 다음 미영은 그 종이 쇼핑백을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미영이 돌아온 곳은 반겨 줄 강아지 한 마리도 없는 자신의 오피스텔. 외로움 탓인지 단순한 허기 때문인지 모를 공복감에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려고 앱을 뒤적거리면서 뭘 먹으면 좋을까, 역시 마라탕이 먹고 싶긴 하지만 이 가게는 별점도 낮고 후기가 별로네, 피자는 혼자 먹기에 좀 많고…… 그렇게 미영은 수많은 고민들에 시달리다가 모든 게 다 귀찮아져서, 그냥 냉동실에서 식빵이나 꺼내먹자,라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절충안을 택하게 되었다. 전자레인지 안에서 노란 불빛을 받으며 뱅글뱅글 돌아가는 빵을 보다가 미영은 불현듯 인생이란 외로운 회전목마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문득 빵에다 꿀을 발라 먹으면 어떨까 하는 사소하고도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린 미영은 식빵을 입에 문 채 쇼핑백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조그만 나무상자가 들어 있었는데 도통 어떻게 열어야 꿀단지를 꺼낼 수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빵을 다 먹어 치울 때까지 나무상자를 열지 못하여, 미영은 그냥 싱크대 선반 위에 그 상자를 올려놓고 잤더랬다.

다음날 아침.

쾅쾅쾅! 쾅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윗집 할머니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아니 초인종을 눌러도 되는데 왜 문을 두들기고 난리야. 그러고 보니 초인종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한데…… 내가 그렇게 오래잤던가. 할머니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면서, 왜 멀쩡한 바닥에 구멍을 뚫어 놨냐고 따진다. 응? 구멍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지? 다짜고짜 할머니가 미영의 집으로 들어왔고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던 미영은 주방에 들어서자 정말로 천장에 주먹만 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미영은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나중에서야 이게 정말 우리 집에서 뚫은 건가? 아니 윗집에서 뚫은 것일 수도 있잖아?라는 의심을 해 보지 않은 것을 후회했지만 그땐 이미 늦은 뒤였다.

아무튼 윗집 주인이 죄송이고 뭐고 간에 당장 보상을 하라고 해서, 제가 백수라 지금 당장엔 돈이 없으니 며칠만 미뤄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지만, 할머니가 아니,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백수라니, 나라가 어찌 되려고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면서, 돈이 없으면 내일부터 당장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에 나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라고 하기에, 미영은 어쩔 수 없이 네네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윗집 주인을 돌려보냈다. 미영은 다시 구멍이 뚫린 천장을 보았다. 그리고 그 구멍 아래, 어제는 그토록 열리지 않았던 토종꿀 상자가 약간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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