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별할 때

  • 장르: 호러 | 태그: #이별의2월
  • 평점×20 | 분량: 54매
  • 소개: 인생이 고달픈 문지을은 어느날 기이한 거래 제안을 받게 된다. 더보기

이제는 작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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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고하는 건 2월이 어울린다.

그래서 나는 거지같은 회사에 퇴사를 고했다. 내 말을 들은 서무 팀장은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볼펜을 들어 탁상달력을 톡톡 두드렸다. 그때면 딱 신입 등록생들 들어와서 이래저래 바쁠 시기인데 꼭 가야겠어요? 난처한 말투와 좁혀진 미간이 연기인지 진짜 곤란해서 나온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가 크게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 계속 근무해 봤자 애꿎은 정신만 더 깎여 나갈 뿐이니까. 마찬가지로 내 사정 따위 관심도 없을 서무팀장은 이런저런 곡소리를 늘어놓으며 끝까지 나의 퇴사 일자를 잡아 늘이려 들었다. 그 기간을 박박 깎아 일주일로 줄이고 방을 나오니 뒷목이 뻐근했다.

퇴사 날짜를 맞추는 데에 든 수고에 비해 학원을 떠나는 일 자체는 깔끔하게 끝났다. 마지막 짐을 담은 종이가방과 숄더백을 메고 이제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건물을 떠나는 동안 아무도 내 이름을 부르거나 아쉬움을 표하지 않았다. 퇴사 면담으로부터 정확히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2월 초입의 일이었다.

든든한 이직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뾰족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면 혀를 차며 흘겨볼 뿐 그동안 잘 버텼다고 격려해 주진 않겠지. 나도 알고 있다. 이런 불경기에, 이런 취직난에, 주어진 일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게 얼마나 바보 같고 위험천만한 짓거리인지. 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한계가 있지 않은가? 다들 내게는 한계가 없어야 하는 것처럼 굴지만.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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