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死呑 – 3

  • 장르: SF | 태그: #디스토피아 #제주신화 #무속신화 #원천강본풀이 #지장본풀이
  • 평점×5 | 분량: 123매
  • 소개: ‘오늘’이 사라져 언 땅이 내리는 시대, 죽음을 삼키는 지장과 생을 느끼는 원강아미는 유일한 구호소 ‘서천생명’을 찾아 걷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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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死呑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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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선잠에 들었다 깬 지장은 순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니 이전의 시간이 그에게 흘러들었다. 언 땅이 내릴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르겠는 전투 식량을 먹고 있는 원강아미를 바라보다 해가 지려는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이모가 걱정되었다. 원강아미에게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여기 사람들 스무 명이 한 번에 덮쳐도 이모가 이길걸?”

지장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차하면 나도 있으니까.”

밥풀을 입가에 묻히고 말하는 원강아미는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그때, 밖에서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 나서 누군가 뛰어오는 발소리가 다가와 대문을 두드렸다. 이모라면 문을 열고 들어왔을 거다. 그들은 긴장한 채 숨죽이고 있었다.

“저, 이제 저희가 의식이 있어서 저녁에 좀 소란스러울 거예요. 나와서 같이 보셔도 되고 안에서 쉬셔도 돼요.”

그는 말을 끝내고 돌아섰다. 의식?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한 남자의 비명이 들렸다. 이모는 아니다. 그 소리를 들은 지장과 원강아미가 동시에 일어섰을 때, 다시 대문으로 발소리가 돌아와 이어 말했다.

“시끄러울 수도 있어요. 그건 좀 무시해도 돼요. 여러분은 괜찮아요.”

그러나 그 뒤로 깔리는 남자의 비명을 그들은 무시할 수 없었다. 여자의 인기척이 다시 사라지고 지장과 원강아미는 서로를 마주 보았는데, 그들은 이곳에 머물라고 했던 이모의 말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대문으로 나서려다 멈칫했고, 뒤를 돌아 그들이 꼭 닫아 달라 부탁하던 부엌 쪽 창문으로 몸을 꾸겨 넣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