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송하나

  • 장르: 호러, 일반
  • 분량: 95매
  • 소개: 학교괴담. <야간 자유 괴담> (김태민 外, 미씽 아카이브, 2021) 수록작입니다. 더보기

14번 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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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나 말이야…… 실은 죽은 사람이야.”

그 애는 그렇게 말했다.

“꼭…… 너만 알고 있어야 돼.”

14번의 이름이 불리는 일은 없었다. 3월의 어느 날,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반엔 14번이 없었다. 쉬는 시간,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를 가만히 펼쳐 봤다. 1번 고하영, 2번 김나은, 12번 박유진, 13번 박지해, 그리고 14번……. 낯선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째서 이 이름을 처음 볼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중학교 때가 떠올랐다. 1학년 때는 더러 입학해 놓고 새 학기에 전학을 가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였을까? 반장인 나조차 기억 못 할 만큼 빨리 떠나간 아이. 그리고 그렇게 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겨우 익혀 가던 4월의 아침, 담임이 전학생과 함께 들어왔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머리를 높게 묶은 그 애는, 자기소개를 하라는 말에 이름 석 자를 말했다. 나는 흠칫 놀랐다. 14번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이다. 늦게 이 반에 왔기 때문에, 그 아이는 마지막 번호인 37번이 됐다. 나는 꼭 본 적 없는 14번이 돌아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귀신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아이들은 그 귀신을 ‘한전 원혼’이라고 불렀다. 꺼진 불이란 불은 그렇게 다시 켜고 다니는 걸 보면 한전에 한이라도 품고 죽은 게 틀림없다고, 무슨 농담처럼 그런 말을 했다. 나도 아이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표면적으로는 자율인 야간 자율 학습을 끝낸 뒤 마지막으로 교실을 점검하고 불을 끄려 스위치를 내릴 때면,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스위치가 딸깍, 올라가며 캄캄해졌던 교실이 순식간에 다시 환해지곤 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둘씩 짝을 지어 돌아가며 문단속을 하는 아이들이 떨리는 손으로 다시 불을 끄고 돌아서면, 끊어질 듯 서늘한 목소리가 어디서 말했다.

―안녕, 나 왔어…….

그런 일을 겪는 게 우리 반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1학년 학급을 휩쓸었고, 의문의 목소리에 대한 추측은 조금씩 다른 형태로 부풀어 갔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도 기회만 잡으면 쫑알쫑알 그 이야기를 했다. 교사들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며 일축했지만, 드물게 장단을 맞춰 주는 젊은 선생들도 있었다. 어쨌든 불은 아침이면 켜지고, 밤이면 꺼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귀신의 정체에 대한 흥미도 이내 시들해져 갔다. 당번들은 이제 시큰둥한 얼굴로 스위치를 두 번씩 때리듯 누르고 나왔다. 수리 기사가 다녀갔고, 여전히 불은 한 번씩 다시 켜졌고, 허공에서 들리는 ‘안녕, 나 왔어’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더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아이들은 연예인과 중간고사와 공포 웹툰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게 왠지 야속했다. 불을 켠 채 잠자리에 들 때면 여전히, 학교에 나타난다는 귀신이 생각났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