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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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어느 해

 

 

그것이 민재 씨에게 영향을 준 거예요, 분명해요.

 

아 물론, 그것 때문에 민재 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거나 그 사람의 가치관이 한순간에 급진적이 됐다거나 한 것은 아니에요. 이미 여러 번 말했듯이, 민재 씨는 남대문 시장 뒤편에 있는 디자인 사무실과 이문동의 15평 원룸만 오가며 사는 남자였어요. 밤마다 홀로 캔맥주를 마시며 다운로드한 미드 한 편씩을 보고 잠드는 게 전부인 남자라고요. 주말이라고 친구를 만나거나 소개팅을 했을 것 같아요? 온종일 케이블TV 채널만 돌려대거나 여성포털에서 여자들 연애상담만 몇 시간씩 눈팅하는 게 전부인 그런 남자란 말이에요.

 

그런 단순명료한 삶을 살던 사람이 세상의 흐름을 직시하기 시작했고 삶의 방식까지 바꾸었다면, 그 정도면 아주 긍정적인 변화 아닌가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 민재 씨의 변화에는, 분명 그것이 민재 씨에게 영향을 준 거라고 말이에요…….

 

음, 그러니까, 민재 씨가 그걸 처음 본 것은 출근길에서였어요.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시청역에서 내려 회사로 가기 위해 숭례문 광장을 지날 때였어요. 역에서부터 조금 걸었을 뿐인데도 등에 땀이 배는 후덥지근한 날이어서, 민재 씨는 기어이 집에 에어컨을 들여놔야 하나 생각했대요. 다음 달 휴가 때 민재 씨는 남들처럼 바닷가나 계곡을 찾아가는 대신(물론 같이 휴가를 보낼 친구도 애인도 없었기 때문이죠) 집에서 요즘 유행한다는 한류 SF드라마 <사냥꾼들> 전 시즌을 마스터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에 무심히 하늘을 올려다본 거예요.

 

그것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어요.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하늘에 빛 하나가, 하얗고 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다가, 허공 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지는 거예요!

 

어라, 저게 뭐지? 하고 올려다본 민재 씨는 잠시 허공을 주시하다, 다시 회사로 향했어요. 하늘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말했듯이 민재 씨는 그때 출근 중이었거든요. 이상한 사람처럼 하늘만 쳐다보다가 지각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지만 다음 날 출근 시간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같은 광경을 목격하자 민재 씨도 더는 무시할 수가 없었대요. 대체 저게 뭘까? 하는 궁금증이 인 거예요. 해서 목요일부터는 출근 때마다 숭례문 위 하늘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며칠간의 목격을 종합해 보건대, 그것은 출근 시간인 8시 42분경 북쪽 하늘에서 나타나 남쪽으로 사라졌어요. 매번 정확하게 직선을 그리며 날아와 숭례문 위를 가로질렀죠. 중요한 것은 숭례문에서 직선으로 올라간 허공의 한 지점을 축으로(!) 해서 지나간다는 거예요. 소리도 없이, 한 호흡도 안 되는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라 웬만해선 발견하기조차 힘들었대요. 그리고 바쁜 출근 시간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며칠 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본 민재 씨만이 매번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 점점 의문도 쌓여갔죠. 저게 뭐지? 대체 저게 뭘까? 뭐냐고, 뭐냔 말이야!

 

하얗고 긴 궤적을 그리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는 제트기 같은 거라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이내 비행기가 서울 상공을 지나갈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죠. 민재 씨가 아는 상식으로는 그럴 수 없었어요. 그러니 비행기는 아닌 거예요. 그럼 패스.

 

물론 어떤 종류의 새도 아니었어요. 새라면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렇게 빨리 이동할 수도 없거니와 하얀 궤적까지 그리면서 직선으로 날아가진 않잖아요? 무엇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곳을 날아가는, 그런 규칙적인 삶을 사는 새는 없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새도 패스.

 

민재 씨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비행접시라는 거예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외계인들의 우주선. 일곱 개 다리를 가진 헵타포드들이 타고 왔을 법한 것 말이에요(다른 종(種)도 많겠지만, 적어도 기거(H.R Giger)의 에이리언에 비교하진 않을래요. 입안에서 남자 성기를 날름거리는 외계인은 만나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외계인의 우주선으로 단정하기에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외계인들이 왜, 주 활동무대인 헐리우드가 아닌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타나느냐고요. 그것도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규칙적으로 말이에요. 외계인들이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새로운 초단거리 항로라도 깔았던 걸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신비감이 떨어지잖아요?

 

결국 그것은 실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UFO일 수밖에 없었어요. 미확인비행물체. 

 

금요일 아침에 민재 씨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보았대요. 예상은 했지만 제대로 찍힐 리 없었죠. 텅 빈 하늘에 흐릿한 궤적만 흔들리며 보일 뿐이었어요. 그래도 그 흔적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오타쿠 성향만 가득한 민재 씨의 상상력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어요. 사내들이란 다들 그렇잖아요? 뭐 하나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순진무구하게 맹목적이 되어선 헤어나오지를 못하잖아요.

 

민재 씨는 이제껏 단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던 UFO에 흥미를 느끼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어요. 먼저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다가 세계 각지에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아주아주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들 중에는 우주선을 목격하는 것은 기본이고 외계인을 만나고, 그들에게 납치돼 설교를 듣고, 심지어 외계인 아이를 임신한 남자들까지 있었죠. 외계인들의 에이전트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고요.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소설과 영화에나 나올 법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미지의 세계는 민재 씨를 새로운 열정에 휩싸이게 했어요. 당시에, 민재 씨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대요. 그들의 목격과 증언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자신도 우주선을, 아니 아직은 UFO인 그것을 매일 아침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었으니까요.

 

기어이 주말 내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진 끝에 민재 씨는 니콘 DSLR 카메라 한 대를 장만했어요. 그거 하나면 UFO를 찍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잠까지 설쳤대요. 다음날 조금 일찍 출근한 민재 씨는 숭례문 광장에 우뚝 버티고 서서는, 카메라를 두 손으로 꼬옥 받쳐 들고, 그것이 나타나길 기다렸어요.

 

그러나 첫 번째 사냥은 실패했어요.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5분 동안 카메라를 들고 있던 민재 씨는 정작 그것이 나타났을 때, 당황한 나머지 셔터를 제멋대로 눌러버린 거예요. 액정 속에 분간도 안 되게 흔들리며 찍힌 그것을 보면서 민재 씨는 실망했고, 오기가 생겼고, 그리고 집착하게 됐어요. 그것을 찍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고, 무슨 일이 있어도 찍고 말겠다는 결심을 한 거예요!

 

다음날도 UFO를 포착하는 데 실패한 민재 씨는 그 주 내내 그것을 찍기 위해 방법을 익혔어요. 인터넷 사진동호회에 가입해선 속성 강의를 받았고, 그러다가 멀리서 빠르게 이동하는 물체를 찍기 위해선 렌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연히 망원렌즈를 새로 구입했죠. 800밀리짜리 크고 묵직한 렌즈였는데, 무게 때문에 그걸 받칠 트라이포트까지 덩달아 구입해야만 했대요.

 

그런 남자였어요, 제가 아는 민재 씨는 말이에요.

 

UFO와 외계인 탐구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던 민재 씨는 중요한 정보 하나를 얻었어요.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사에서 UFO에 대한 증거를 사들인다는 거예요. 그걸 본 순간, 민재 씨는 자신의 앞날이 좌악 그려졌대요. 그 UFO의 선명한 사진을 찍고, 신문사에 거금을 받고 팔고, 기사화된 사진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자신까지 덩달아 유명인사가 된다! 그런 상황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고, 잘만 하면 민재 씨의 인생이 한순간에 역전될 수도 있는 일이었죠. 

 

그다음 주 목요일 아침. 드디어 민재 씨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마치고 숭례문 광장에 자리를 잡았어요. 트라이포트에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장착하고, 셔터스피드를 최고 속도로 설정한 다음, 연속촬영 모드까지 두 번 세 번 점검했어요. 그것이 나타날 방향을 예측해 놓치지 않고 곧바로 앵글에 담을 수 있도록 예행연습까지 했죠. 그리고 그것이, 미확인비행물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요. 

 

어느덧 시간은 8시 40분. 햇볕이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출근 시간에 그늘도 없는 숭례문 광장에 홀로 카메라를 세워 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민재 씨를 보면서, 출근하던 사람들이 다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대요. 민재 씨는 아랑곳없이 숨을 멈추고 기다렸어요. 그리고 2분 후, 어김없이 그것이 나타났어요. 텅 빈 하늘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것은 하얀 궤적을 그리며 숭례문 바로 위, 민재 씨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가 허공으로 빨려들 듯 사라졌어요. 민재 씨는 그것에서 눈을 떼지 않고 쫓아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어요…….

 

성공이었어요, 이번에는 멋지게 놈을 포획한 거예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그것은 은회색의 원형 비행체였어요. 분명 인터넷에서 보았던 수많은 UFO와 같은 종이었죠. 민재 씨는 단 2주 만에 그 많은 UFO들 중 한 마리를 포획한 거였고, 그 어떤 놈보다도 싱싱하게 포착했던 거예요.

 

선명하게 찍힌 UFO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민재 씨는 확신했대요. 이런 비행체를 만들 수 있는 과학 문명은 외계인뿐이다! 그것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고 지구상에는 있을 수 없는, 아주 우주적인 원형 비행체였으니까요.

 

승리감에 젖은 민재 씨는 곧바로 영국의 신문사에 UFO, 아니 외계 우주선의 파일을 제보했어요. 메일에 자신이 그것을 발견하게 된 정황과 사진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와 노력이 들어갔는지를 덧붙여서 말이에요. 민재 씨는 휴가 기간 내내 설렘과 그 뒤에 따라붙는 초조함 속에서 답신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리고 열흘 후, 드디어 영국에서 메일이 도착했어요. 민재 씨는 터지려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메일을 클릭했어요.

 

그런데 뜻밖의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다음은 신문사가 보낸 메일의 전문이에요.

 

 

 

 

친애하는 Mr. 김

 

당신이 보내주신 UFO의 사진은 이번 세기 들어 제보된 그 어떤 증거들보다 또렷한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신문사 내 <미스터리&UFO> 전담팀이 파일을 확인하는 순간 쾌재를 불렀을 정도랍니다. 먼저 Mr. 김의 의지와 노력을 치하하는 바입니다.

 

저희는 곧바로 전문가들에게 파일의 검증 작업을 의뢰했습니다. 알다시피, 정확한 기사만을 제공하는 저희 신문사는 제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원칙으로 하니까요.

 

그리고 어제 드디어 검증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귀하께서 포착하신 UFO는 외계인의 우주선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진 속 UFO의 형태와 크기, 몸체를 둘러싼 원형고리날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그 비행체는 우리 은하 어디에선가 (그곳이 어디라도 좋습니다) 출발해 몇 광년 내지 몇 백 광년의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에 도착했을 거라는 가설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가설을 무너뜨리는 증거가 함께 나왔습니다.

 

사진의 원형고리날개 그림자가 드리운 부분을 초정밀 확대해 봤더니, 그곳에 문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지구인의 문자였죠. 비행체가 빠르게 회전 중이고 날개 그림자에 가려진 상태라 모든 문자를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저희는 그것이 한국어의 자음 ‘ㄸ’과 ‘ㅇ’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한국어학자에게 문의해보니 선체에 새겨진 문자는 아마도 <따오기>라는 글자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저희의 결론은, 이 원형 비행체가 한국 내 모 기업이나 환경단체에서 대기상태 측정을 위해서 띄운 인공 비행체라는 것입니다. 좀 더 흥미위주로 추측한다면, 한국 정부에서 비밀리에 시험 중인 어떤 비행체일 수도 있겠지요.

 

 

 

 

민재 씨는 실망하고 말았어요. 아니 실망 정도가 아니라 커다란 충격을 받았죠.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비로소 깨달은 거예요. 

 

그 비행체가 외계인의 우주선이 아니라는 건 애초 처음 봤을 때부터 의심했던 거잖아요. 맨인블랙이 관리하는 외계 종족이 출근 시간에 서울역 환승을 위해 오는 게 아니라면, 아침마다 서울 상공에 우주선 따위가 출몰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런 상식과 냉정을 잃은 채 민재 씨는 그동안 눈이 뒤집혀 헛고생만 했던 거예요.

 

물론, 한편으로는 의심이 들기도 했어요. 신문사가 했다는 검증이라는 게 과연 정확한 걸까? 그들이 의뢰한 전문가들은 진짜로 전문가인 거야? 영국에는 뭐, 외계인과 우주선을 연구하는 학과라도 있단 말이야? 그러면 그들은 박사학위는 있어? 만약 없다면, 그런 자들을 전문가라고 불러도 되는 거야? 따위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심들 말이에요. 그러나 그건 자신의 헛수고를 부인해 보려는 투정일 뿐이었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어요.

 

민재 씨를 더욱 맥 빠지게 만든 건, 그다음 내용이었어요.

 

 

 

 

저희는 이 결과를 가지고 어제 내내 회의를 했습니다.

 

선명하게 연속촬영 된 이 원형 비행체는 저희 독자의 관심인 UFO와 제대로 부합하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당신이 이 사진들을 찍기 위해 너무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는 겁니다.

 

해서, 저희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을 생각해 봤습니다.

 

만약 검증과정 중 몇 개를 생략한다면(예를 들어, 원형고리날개 밑에 새겨진 한국어 단어를 지울 수 있다면 말이죠), 이 사진은 저희 독자가 그토록 기다리던 UFO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것이며, 귀하 역시 그간의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독자와 제보자 양쪽을 만족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고, 그를 위해 저희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결정은 Mr. 김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저희는 여전히 공정함을 원칙으로 하니까요.

 

다만 당신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신다면, 사전에 몇 가지 협의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 내용은 1) 비행체에 쓰인 글자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2) 사진의 판권을 저희 신문사에 일임하며 3) 그 대가로 8백 파운드를 일시불로 수령하게 되는, 원칙적이고 그 밖의 사소한 조항들에 관한 것입니다. 결정을 하신다면 보다 세부적인 서류를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시 한번 당신의 노력을 치하하며,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한동안 민재 씨는 멍한 기분이었어요.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하다가, 이내 부아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들의 뻔뻔한 제안에 놀아나는 기분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자존심까지 상했어요. 그러다 민재 씨는 다시 냉정하게 생각했고, 결론에 이르렀대요.

 

이것이 UFO의 실체다!

 

사실,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붙어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것이라 할지라도.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 당연한 사실에 사람들의 호기심이 더해지고, 간단한 조작을 거치고, 황색언론의 여론몰이가 UFO를 탄생시키는 거예요. 거기에 더해지는 사람들의 더 큰 호기심, 다시 재생산되는 황색 여론몰이. 그것이 UFO를 외계에서 온 우주선으로 신격화시킨 거예요.

 

민재 씨가 보기에 그건 음모였어요. 본능적이고 아주 유기적인 음모.

 

세상은 이슈를 따라 움직여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 이슈가 이슈를 만들고, 다시 본능과 사적 이익을 위해 더 큰 이슈가 만들어져요. 이슈의 재생산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누가 조종하는 것도 아니건만, 그것은 스스로 흐름을 만들고 다들 그 흐름을 쫓아가요. 본능과 이익을 위해 유기적으로 말이에요. 그것은 부조리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그걸 거부하지 못해요. 아니 거부할 생각조차 안 하죠. 그 흐름에 부응 못하는 사람들이(민재 씨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보기에는 그건, 그야말로 완벽하게 자발적인(!) 음모였던 거예요.

 

민재 씨는 돌연 깨달음을 얻었고, 그 통찰이 민재 씨를 변하게 했어요. 이제껏 그런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자기 안에만 갇혀 살아온 스스로를 자책했대요. 

 

제안해온 신문사에 대해서도 분노가 일었어요. 진실이 아니지만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 같고, 그래서 조작을 제안하면서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신문사! 민재 씨는 그들에게 복수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대요. 그들의 뒤통수를 한방 갈기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한 달 뒤, 민재 씨는 신문사에 메일을 보냈어요. 그동안 신문사가 조바심내며 자신의 연락을 기다렸을 거라 생각하니 자존심이 회복되더라나요? 맞아요, 저도 알아요. 그건 민재 씨 같은 사람이 하는 아주 소심한 복수죠.

 

<사업이 바쁜 관계로 연락이 늦었습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에서 민재 씨는 <사람들 호기심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했고 호기심이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 경우에는 그 왜곡이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끼칠 것 같지 않아서, 독자의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황색 언론사의 속 보이는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직설적으로 적었어요. 첨부한 계좌번호 밑에는 짐짓 고상하게 <그래도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입니다>라는 추신을 덧붙여서 말이에요.

 

예상대로 유기적으로! 곧바로 돈이 입금됐대요. 

 

민재 씨의 UFO 소동은 그렇게 막이 내렸어요. 이후 민재 씨는 숭례문 위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어요. 외계인이나 우주선 따위에서 관심을 끊었죠. 완전히. 콧방귀도 끼지 않았어요. 그건 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