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화국

  • 장르: 판타지
  • 태그: #7월에녹다
  • 분량: 12매
  • 소개: 뭐가 녹아도 놀랍지 않은 이 더위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더보기

밤의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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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에 뜻밖의 것이 녹았다.

 

차라리 고양이가 녹았으면 뜻밖이진 않았을 것이다. 고양이는 녹는 동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으니까.

 

6월 중순부터 이미 낮 최고 기온이 30도를 넘은 대구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다. A씨는 건설 노동자였다. 오후 작업을 하던 그는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을 설치하던 손이 갑자기 느려졌다. 같이 작업하던 B씨는 A씨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옆으로 가 말을 걸었다. A씨는 느릿느릿 대답했다.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

 

말을 마친 후 손이 점점 더 느려지던 A씨는 하던 행동을 그대로 멈췄다. B씨가 놀라 A씨의 팔을 툭툭 치며 불렀다. A씨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힘겹게 입을 뗐다.

 

“하, 기, 시, 러.”

 

입술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목소리도 들릴락 말락 해서 B씨는 그의 말을 겨우 알아들었다. A씨는 구급차에 실려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으로 실려 왔을 때 A씨는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의사가 눈을 감고 있는 A씨의 볼을 때리며 부르면 입도 벌리지 않고 ‘음, 음’하는 소리만 냈다. 몇 가지 검사를 해 본 결과 A씨는 호흡과 맥박이 정상보다 느리고 체온이 높았다. 의사는 열사병과도 다르고, 일사병과도 다른 증상에 고개를 갸웃하면서 일단 냉찜질로 체온부터 내렸다.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A씨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의사는 CT를 찍었다. 촬영 영상을 본 전공의는 눈과 입이 더 이상 벌어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전공의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교수는 CT 기계가 고장난 거 아니냐며 MRI를 찍도록 했다. 그러나 MRI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교수는 제자들 앞에서 차마 입에 담기도 끔찍한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뇌가……, 녹았다.”

 

A씨의 뇌는 걸죽한 젤의 형태가 되어 있었다. 의료진이 A씨의 체위를 바꿔 주면 두개골 안에서 녹은 뇌가 천천히 흘러 중력에 맞게 다시 자리를 잡았다. 비록 뇌는 녹았지만 A씨는 살아 있었다. 호흡과 맥박이 느리고, 동공반응도 느렸다. 의식이 없었지만 식물인간은 아니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뇌가 녹은 이 사건은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세상에 알려졌다.

 

7월이 되자 전국이 매일 35도까지 기온이 치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