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직업으로서의 퇴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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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절 거짓말쟁이라고 하는 건 괜찮아요. 근데 잠깐만 들어보세요.

 

홈쇼핑 보면 쇼호스트가 뭐라고 말해요? 이 제품이 최고라고, 경쟁업체의 어떤 제품보다도 낫다고 그러죠. 쇼호스트가 정말로 그렇게 믿어서 하는 말이겠어요? 그럴리가요. 그냥 일이니까 하는거지. 그렇다고 사람들이 홈쇼핑 보면서 와, 저런 비도덕적인 거짓말쟁이, 이렇게 욕해요? 하더라도 진심으로 그러진 않죠. 왜 그런다고 생각해요? 자기 이득을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악질 사기꾼 아니에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거든요.

 

강사가 “내 강의 들으면 무조건 합격보장!” 이라고 하는 거요?

거짓말이죠.

식당 간판에 못생긴 폰트로 커다랗게 써있는 ‘원조’ 문구요?

거짓말이죠.

당신이 어제 팀장한테 훌륭하다고 맞장구친건요?

거짓말이잖아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어떻게 자기 믿는대로만 말하고 행동하며 살겠어요? 남한테 피해를 주면 사기꾼이겠지만, 자기 할일만 제대로 하면 진심을 말하든 거짓말을 말하든 뭐 어때요? 다들 그렇게 살고 있고 그 정도는 암묵적으로 넘어가줘도 괜찮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사회적 합의가 있다 이거에요.

 

그러니까 귀신을 믿지 않는 퇴마사가 있어도 별로 이상할 거 없잖아요?

 

 

1.

 

“별 일 없겠죠?”

 

“별일이라 하시면요?”

 

해온은 의뢰인을 향해 자신에게 가능한 가장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막. 저주라고 하나, 벌 받는다고 하나.”

 

“아아. 그런 건 있죠.”

 

“하긴 그렇겠죠? 너무 겁먹을… 아니, 네? 있다고요?”

 

“당연하죠. 사람도 뒤끝이 있는데 귀신은 오죽하겠어요?”

 

의뢰인인 대학생은 당황을 숨기지 못한 채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해온은 느물거리는 미소를 유지한 채 그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말하려고 입술을 달싹이는 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낚아챘다.

 

“물론 그런 거 막으려고 저희 같은 사람들이 있는 거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으시고요.”

 

“지금 저 겁주셨던 건가요?”

 

“알아야 하시는 부분이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이런 거 입 싹 닫고  있다가 나중에 무슨 일 터지면 나몰라라하거나 그때가서 추가금 요구하는 사기꾼들 많아요. 오시기 전에 이것저것 조사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보다 평판 좋은 사람 없어요.”

 

해온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을 쏟아부었다. 의뢰인은 절반 정도는 제대로 듣지도 못한 것처럼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해온이 매우 합리적이며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만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물론 저는 별도의 사후처리가 필요없도록 완벽하게 제령을 해드리고 있기 때문에 저주나 원념 같은 부분은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시긴 해요. 원념이 너무 강하거나 해서 문제가 생길 확률은 높게 잡아도 한… 2%? 단지 이 일 특성상 제가 0%라고까지는 단언을 드릴수가 없고, 그랬을 경우에 위험한 건 맞기 때문에 정 불안하시다고 하면 그 부분도 제가 옵션으로 해드리고 있어요. 이건 또 단순 제령하고 성질이 별개라서 비용은 따로 계산이 되시긴 하는데 이번처럼 연관된 케이스에 관해서는 40%를 할인해드리고요. 잠시만요. 해주(解呪) 설명된게…”

 

해온은 책상 서랍을 열어 몇 장인가의 종이를 들춰가며 서류를 찾는 시늉을 했다. 처음부터 이 비용까지 받아낼 생각이었고, 서류가 어디 있는지도 잘만 알고 있었지만 의뢰인이 그렇게 느껴서는 안 됐기 때문에 하는 연극이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을 장사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갑은 굳게 닫히는 법이었다.

 

“비용이 부담이 되신다 그러시면은 꼭 추천까진 안 드리는데요, 또 막 괜한 걱정때문에 자꾸 신경쓰시고 그러면 그거 귀신보다 더 무섭거든요 사실. 마음도 상하고 몸도 상하고…그래서 뭐 기왕에 하시는거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시겠다 하는 분들은 보통 같이 하고 그러시죠. 그렇게 하셔도 사실 어디 선무당들 굿한답시고 몇천만원씩 받는거랑 비교도 안되게 싸게 해드리니까 저는.”

 

해온은 꺼낸 서류에 밑줄을 그으면서 슬쩍 의뢰인의 눈을 살폈다. 꽤 진지하게 내용을 읽고 있었다. 꼼꼼하지만 어리숙하고, 손익계산이 빠르지 않은 타입. 의뢰인을 그렇게 분류한 해온은 비즈니스의 마지막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아이,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막 이거저거 돈을 더받겠어요. 핸드폰 대리점도 아니고. 그렇죠? 말씀드렸다시피 본 제령만 하셔도 충분하니까….”

 

“아, 아뇨아뇨. 어차피 생각한 예산 안에서 되니까요, 비용은.”

 

물었다. 해온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럼 자세한 얘기를 해볼까요.”

 

 

2.

 

고객의 믿음이 전부다.

 

일견 어느 기업의 사훈처럼 보이는 이 문구야말로, 퇴마사 빈해온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원칙이자 비결이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해온은 늘 세 가지 사항을 유의했다.

 

고객의 믿음을 위해 필요한 것 : 치밀한 사전 조사. 섬세한 세팅. 실감나는 연기.

 

해온은 일하는동안 고객의 친척 중에 죽은 사람이 있는지 조사하고, 훈련받은 조류를 공수하고, 눈을 까뒤집는 연습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고객들은 해온이 실제로 귀신을 감지할 수 있고,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하게 막아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퇴마 의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해온은 귀신 따위를 볼 수도 없고 믿지도 않았으니까.

 

있지도 않은 귀신을 퇴치하는 일에 죄책감을 갖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부심을 느꼈다. 애초에 믿는 사람에게 믿지 말라고 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들은 꼭 해온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 같은 걸 부탁할텐데, 기왕 사기꾼을 만날거라면 최소한 자기가 뭘 하는지 아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