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한 것들은 용서 안 해

배신한 것들은 용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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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석에 앉은 영민은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고 있다. 피식 웃기도 한다. 뭐 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얼버무린다.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어어어, 영민이 소리 지른다. 운전 내가 해? 아니야, 앞차가 갑자기 섰어. 사고가 난 모양이다. 도로 오른쪽에 승용차 세 대가 서로 어긋난 퍼즐처럼 멈춰 서 있다. 셋이라는 숫자가 불길하다. 견인차는 이미 와 있고, 사람도 다쳤는지 구급차 소리가 저 멀리 들린다. 나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그들을 비껴갔다.

모처럼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 쪽은 나였다. 영민은 할 일이 많긴 하지만, 오랜만이니까 가자고 했다. 단, 먼 곳은 곤란해, 라고 조건을 달았다. 나는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의 리조트에 콘도형 룸을 예약했다. 그런 데도 있었나? 영민은 시큰둥했다. 예전 같으면 지혜도 같이 갈까, 물었을 텐데, 이번만큼은 영민도 그러지 않았다. 이왕이면 지혜도 부르지? 심심한데 같이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가 지혜를 초대하던 이유였다. 그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직장 동료, 그리고 나의 대학 동기. 나와 영민을 연결해준 것도 지혜였다. 지혜는 우리 집안 대소사에 늘 함께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영민도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나의 안정을 위해서라고 그는 말한다. 정작 안정이 필요한 건, 눈이 검은 동굴처럼 텅 비어버린 영민일지도 모르는데. 석 달째 그는 내 몸에 손을 대지 않는다. 이 여행은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