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회 – 제사 음식은 먹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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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지하도에 내려가지 않았어야 했다. 술에 취해 지하도에 내려갔어도 그 이상한 노인과 말을 섞지 말았어야 했다.

 

“올 한 해 동안, 절대 제사음식은 먹지 마! 안 그러면 큰 화가 생길거야.”

 

술김에 재미 삼아 사주팔자를 보는 할아버지 앞에 앉자마자 노인은 그에게 호령하듯 말했다.

 

“에이 설마요.”

 

“설마가 사람 잡는 거 몰라? 설마 하다가 훅 가는 수가 있어. 명심해! 괜히 날 원망하지 말고!”

 

당시 그는 그 얘기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기분이 찜찜해졌다. 큰 댁 제사에는 안 가면 그만이지만 장례식이 문제였다. 누군가 안 죽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만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 성준이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친구 녀석의 전화를 받고 그는 깜짝 놀랐다. 이제 갓 60을 넘긴 성준의 아버지가 갑작스레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안 갈 수도 없고…휴우, 난감하네.’

 

그는 어쩔 수 없이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향했고 향을 피우고 상주와 인사를 한 뒤 이미 자리를 잡은 친구들과 마주했다.

 

“경호, 오래간만이다. 술 한 잔 해라.”

 

다른 장례식과 다를 바 없이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있고, 갑작스레 친목모임을 갖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의 술자리를 이어갔다.

 

“넌 왜 아무것도 안 먹어? 술이라도 한 잔 해.”

 

자꾸 재촉하는 친구들 때문에 그는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만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

 

“얌마, 새벽에 무슨 일이 있어? 이 자식 이상하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놈이 술 한 잔도 안 마시고.”

 

그는 은근슬쩍 꽁무니를 빼고 일어났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니 친구들의 비웃음을 살 것 같고, 그렇다고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다. 그 후로도 더러 장례식이 있었지만, 그는 가까스로 자리를 피하며 노인이 말한 위기를 모면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연말이 다가왔다.

 

“올해도 새해맞이는 지리산에서 보내야지?”

 

연말이면 항상 함께 산을 타던 친구 준호에게 연락이 왔다.

 

“그럼, 당연하지. 새해맞이 산행인데 놓칠 수 없지.”

 

그는 아무 탈 없이 한 해를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한결 기분이 가벼워졌다. 드디어 회사 종무식을 마치고 그는 친구와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힘드냐.”

 

“눈까지 오니까 만만치 않네. 산장에서 하루 더 묵고 올 걸 그랬나?”

 

갑자기 악화된 기상상황에도 정상에서 해맞이를 하려는 욕심에 그들은 무리하게 산행에 올랐다.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

 

그들은 눈 쌓인 산등성이에서 주위를 둘러보며 근심에 휩싸였다. 그 순간, 준호의 비명이 산새를 울렸다.

 

“무슨 일이야, 준호야?”

 

주변을 살피던 준호가 눈 쌓인 바위를 밟고 미끄러져 속절없이 밑으로 추락했다.

 

“아아악!”

 

손 써볼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일이 벌어졌다. 이미 준호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웬일인지 핸드폰까지 먹통이었다. 추락한 지점을 향해 아무리 소리쳐 불러 봐도 준호는 대답도 없었다.

 

‘이 녀석 어떻게 된 거야, 해가 지면 더 위험할 텐데.’

 

해가 지기 전 준호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조심조심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바닥을 분간할 수 없이 눈이 쌓인 데다 눈발까지 흩날려 사방을 분간할 수 없었다. 얼마 못 가 그마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고 거친 산길을 따라 정신없이 추락했다.

 

“이봐요…”

 

그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곳은 작은 황토방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부드러운 여자의 음성이 그의 귀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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