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에서 길을 잃었다

  • 장르: 호러 | 태그: #산 #실족 #괴이
  • 평점×20 | 분량: 40매
  • 소개: 겨울산에서 날이 저물어 급히 하산하다 실족한 친구 진우와 길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 산을 헤매다가 누군가를 만난다. 더보기

우리는 산에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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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풍이 짐승의 손톱처럼 내 몸을 할퀴었다. 살을 에는 바람은 길게 내뻗어 사방의 온 나무를 흉포하게 뒤흔들어댔고 그 기세에 낙엽이 일어 저만치로 달아났다. 뼈대만 남은 나뭇가지가 저들끼리 맞부딪힌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그 소리와 친구 진우의 실낱같은 신음이 섞였다. 나는 휴대폰으로 그를 비췄다. 큰 소나무에 몸을 숨기듯 주저앉아 있던 진우가 창백한 빛에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봤다. 그는 뒤틀린 다리를 끌어안는다. 조금이라도 온기를 찾으려는 행동에 접질린 발목이 고통스러운지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는 산의 정상에서 석양을 보았다.

“빨리 내려가야겠다. 안 그러면 새벽이 되어서 집에 도착하겠어.”

“누구씨 때문에 늦게 출발했더라?”

“휴일에 등산 가자고 꼬드긴 게 누군데. 내내 야근하느라 피곤하다고.”

산마루 너머로 넘어가는 노을을 사진 찍던 진우가 키득였다. 그보다 앞서 걸음을 빨리하던 나는 다시금 재촉하려고 뒤를 돌아봤다.

“알았어. 하나만!”

그는 휴대폰을 높게 들어 각도를 잡았다. 마음에 차지 않는지 몇 번이나 자세를 달리하며 까치발까지 하는 투혼을 불사르다가 결국 찰칵이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눈앞에서 진우가 사라졌다.

“진우야!!!”

바로 옆에 있는 가파른 비탈길을 채 인지하지 못한 그가 발을 헛디딘 것이었다. 달려가 밑을 봤다. 나무둥치에 걸리는가 싶더니 다시 그 몸이 밑으로 미끄러졌다. 앞뒤 잴 겨를이 없었다. 나도 따라 옆으로 비껴 선 나무를 붙들고 비탈길을 내려갔다. 잠시 뒤 조금 완만한 구간에서 발목을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는 진우를 발견했다.

“괜찮아?”

“어…”

구급대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내 휴대폰이나 진우의 휴대폰에도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등산로에서도 한참을 떨어진 것 같았다. 게다가 이곳은 겨울 산에다 유명한 산이 아니어서 등산객이 많지 않았다. 어둠이 내려앉는 산이라면 더욱.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