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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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에서 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며 취미로 미시사(微視史)를 연구하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향토사(鄕土史)라는 용어 대신 아직 학계에서 제대로 정의되지 못한 미시사라는 학술 용어를 구태여 언급한 것은, 내가 천착하는 분야가 말 그대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변두리의 한간(汗簡)’ — 그렇다, 내가 폼 좀 내려고 직접 만들어 쓰는 용어다 — 즉, 풀어 말하자면 극도로 지엽적이고 미소한 역사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방식은 단순하기 그지없는데, 전문적인 사학보다는 외려 박태원의 고현학(考現學)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여유가 생길 때마다 지역 곳곳을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뭐, 요즘 이 주변에 별일 있나요?’ 하는 식으로 신변잡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청하는 식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듣게 된 이야기가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면, 다시 말해 ‘내 흥미를 끄는’ 내용이라면, 해당 사건에 대한 증언들을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수집해 기록해 놓고, 가능하다면 관련된 ‘유물’들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 사진으로 남겨 놓게 된다.

간혹가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길을 걷다 우연히 보거나 줍게 된 물건이 연구의 단초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일전에 남동쪽 산악 지역에 위치한 달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실종된 일가족에 대해 흥신소에서 만든 현상 수배서가 담벼락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그와 관련되어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신경을 쏟게 된 주제는 어느 폐쇄된 대학교 부지 안에서 발견한 문서 한쪽이 시발점이었다. 문서의 제목은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신입생 안내문’으로,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 학생회’ 명의로 되어있었으며, 아래와 같은 문단으로 시작된다.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업적을 자랑하는 그린티대학교 녹차빙수제조공학과에 입학하신 신입생 여러분 환영합니다. 새내기 여러분들의 원활한 학과 생활을 위해 필수적으로 숙달해야 할 내용들을 아래에 정리하였으니, 부디 모든 항목을 빈틈없이 숙지하시어 즐겁고 보람찬 학과 분위기를 이룩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기를 거듭 당부드립니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