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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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죽인 거야?“

 

학교에서, 어쩌면 전국의 또래 중에서 제일 예쁘다는 김세연이 나에게 말을 거는 건 놀라운 일이지만 질문의 내용이 좀 마음에 안 든다.

 

반 얘들 말로는 김세연은 무슨 소속사에 들어간 애들보다 훨씬 이쁘다고 한다.

 

나는 TV를 보지 않아서 그건 잘 모르겠다.

 

사실 김세연이 특출난 건 외모뿐만이 아니다.

 

야자도 안 하고, 학원도 안 다니고, 수업시간엔 보란 듯이 다른 책 펴놓고 보고 있고, 그렇다고 딱히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언제나 전교 1등은 김세연의 차지였다.

 

얼굴 이쁘고 공부도 잘하니 인기가 많을 법도 했지만, 선생님도 아이들도 김세연을 무서워한다.

 

딱히 김세연이 무섭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게 또렷이 보인다.

 

아무도 김세연에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김세연도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애들이 김세연을 따돌리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세연이 학교의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을 따돌리는 분위기라고 할까?

 

반면에 나는.. 외모도 평범하고, 아니 내가 보기엔 제법 괜찮게 생긴 것처럼도 보이긴 하는데, 키도 딱 평균 키에, 성적은 김세연의 정확히 반대쪽에서 1등, 별다른 특기도 의욕도 없는 그런 학생이다.

 

김세연과 나의 공통점을 굳이 찾아보자면 우리 둘 다 학교의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정도일 거다.

 

물론 김세연과 달리 나는 진짜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관심이 없어서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딱히 누군가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은 잘 안 든다.

 

어쩌면 그런 시도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내가 괴로움을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내게 싸움을 걸어오는 애들은 매주, 어떨 때는 매일, 꾸준히 있다.

 

그게 대단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보기와는 달리 나는 싸움을 못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싸움 실력을 내 장점으로 내세울 만큼은 또 아니지만.

 

그래도 반에서 약한 애들만 골라 괴롭히는 애들이 나를 우습게 보고 손쉽게 일방적인 폭력을 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착각한 거라고 말해줄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싸움을 즐기지도 않는 내가 끊임없이 싸움에 휘말리는 데는 나의 평범해 보이는 외모도 큰 영향을 주었을 거다.

 

내가 무섭게 생겼더라면, 싸움 실력에 걸맞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뭔가 험악한 존재감을 스스로 뿜어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다.

 

적어도 고등학교 2학년이나 되어서 점심시간과 방과 후마다 주먹질을 해야 하는 불상사는 없었을 거다.

 

뭐 내가 어찌 해볼 수도 없는 일이다.

 

사실 나는 싸움을 싫어하지 않는다.

 

얻어맞아 얼얼해진 얼굴이나 신나게 때려서 퉁퉁 부어오른 주먹의 통증 같은 걸 즐긴다는 건 아니고.

 

게임도 티브이도 책도 운동도 별 흥미를 못 느끼지만 싸움을 하러 가기 전에 두근거림, 내가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비참하게 얻어맞기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들, 그런 감정들은 나를 설레게 한다.

 

등굣길 아파트 담벼락의 쓰레기봉투와 나란히 누워있는 여자애 시체, 교복을 보니 우리 학교 학생 같다, 를 김세연과 나란히 내려다보는 것도, 김세연이 내게 말을 거는 것도 싸움하러 가기 전과 비슷한, 아니 그보다 몇 배는 더 두근거리는 기분을 안겨 주었다.

 

뭐라도 멋진 말로 대답해서 김세연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다.

 

“아니. 내가 안 죽였는데?“

 

그래.. 한참을 고민해서 고른 대답이 기껏 이 모양이다.

 

“그래? 그럼 네가 먼저 시체 발견했으니 경찰에 신고해. 난 학교 간다.“

 

김세연의 말투에는 내가 자기 말을 당연히 따를 거라는 확신이 가득하다.

 

“미안한데 니가 신고하면 안 될까? 나는 좀 곤란할 거 같아서.“

 

말투뿐만이 아니라도 기묘할 정도로 위압적인 힘이 있는 김세연의 말을 거역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미 ‘부모 죽인 패륜아’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나다.

 

거기에 ‘여고생 살인범’이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해서 2관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나? 귀찮은데? 그럼 둘 다 하지 말까? 골목길이라 해도 우리 학교 애들 많이 다니는 길이니 다른 누가 발견하겠지.“

 

“오는 길에 CCTV 있는 거 다 봤잖아? 우리가 시체 보고서도 신고 안 한 거 어떻게든 사람들은 알아내서 수군댈걸?“

 

“그럼 둘 중의 한 명은 꼭 해야 한단 이야기네? 너는 신고하기 싫은 거고?“

 

“싫은 게 아니라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 넌 하면 안 되는 이유 있어? 귀찮은 거 말고?“

 

김세연이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예쁘기는 참 예쁜데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는 눈빛이 또 무섭기도 되게 무섭다.

 

“그래 네 말 대로라면 내가 하는 게 맞겠다. 신고하면 경찰 오겠지? 그때까지 같이 있을 거야?“

 

경찰이 올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