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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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구로 도망쳐 왔소.”
“그래요? 무슨 범죄라도 저지르셨나요? 아, 탈옥수군요?”
“나는 오징어요.”
“저런!”
“지고한 운명을 짊어진 자에겐 적이 많다오.”
“그런 슬픈 사연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유로파인들도 한국말을 쓰나요?”
“그렇지 않소. 한국말은 따로 배웠소.”
“어디서 배우나요? 요즘 말투가 아니네요.”
“한국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본바, 당신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골라 익혔소.”
“예? 도대체 뭘 읽은 건데요?”
“삼국지라는 책이오.”

나는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분명 삼국지라고 말했다. 오진오는 삼국지야말로 책으로부터 파생한 콘텐츠가 다른 책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인간들이 시시때때로 갑론을박을 펼치는 좋은 주제 거리라며 칭송했다. 장난질 치곤 제법이다.

오진오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혹시 관우를 아시오?”

관우를 아냐고?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어처구니없는 테스트로군. 지금 이 녀석은 사차원인 척 연기하면서 나를 가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좋다. 상대해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