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회색 여우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작가 노트]

시간은 매우 유동적이다. 어쩌면 시간을 재는 방법을 아는 것 말고 시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이라는 세계의 지휘자로서, 내게는 그 세계의 시간을 좌지우지하는 재량권이 있다.

나는 시간의 연속선을 따라 조절 바를 옮겨 어느 쪽으로든 타임 라인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그건 비록 미천한 것일지라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작자의 특권 중 하나다.

이 우주의 창조자가 대체 어쩌려는 속셈일까 하는 여러분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방법이랄까, 그렇지 않은가?

여러분은 다시 한번 종말론적 잔재를 체험할 수 있는 티켓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 기차는 약간 오래되고 좀 더 낡았지만 어쩌면 조금 원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문을 걸어 잠그시길.

– J. L. 본
앨라배마, 2013

* * *

이 낡은 글록은 일찍부터 내 허리춤에 달려 있었다. 내가 회춘하여 날쌔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시절부터다.

이 오래된 권총으로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쏜 총알을 일일이 세면 오늘날 세상에 남아 있는 탄약을 모두 합한 수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음, 생각해 보니 그 주장을 예전에 미국이었던 곳으로만 한정해야겠다.

나는 사람이 죽는 모습을 열 발짝 근처에서 직접 목격했다. 관리를 잘해야 믿고 쓸 수 있는 철제 총을 쏘아 대다 죽은 이들이었다.

어디 금장이 세 개나 붙은 커스텀 1911 권총을 들고 있어 봐라. 언데드들이 눈 하나 깜짝하는지.

놈들은 당신의 얼굴을 물어뜯을 테고 바닥에 떨어진 총에 당신이 금값으로 얼마를 들였던 아랑곳하지 않을 것이다.

절반은 금인 이 구식 커스텀 1911 글록은 이제 거의 30년이 되어가지만 한 번도 소제를 한 적이 없다.

그래도 이 예쁜이는 언데드가 나를 끝장내려고 바짝 옥죄어 올 때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런 경우가 한 번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안전을 논하고 예전에 비해 오늘날 우리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이야기한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겨우 절반만 맞는 말이다. 알다시피 정부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한 장소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일을 ‘종식시킬’ 방법을 찾아냈다.

나는 과학자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런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엔 너무 늙어서 머릿속에 자리를 좀 만들어야 가능할까.

하지만 그러다가 저 밖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원치 않는 바다.

당시 잔존 정부가 나는 그다지 깊이 알고 싶지 않지만 어쩌면 조금 알 만한 모종의 기술을 사용한 것은 확실하다.

몇몇 과학자들과 군대 사람들이 합심해서 플로리다 상공 높은 곳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 그걸 운반해 줄 미사일도 중국에서 빌려왔다. (설명하자면 이야기가 길다.) 탄두에 대한 정보는 극비에 부쳐졌는데 이유는 말할 수 없다.

폭발 이후 엄청나게 놀라운 사태가 벌어졌다. 한 시간도 못 되어 폭발 반경에 있는 모든 언데드가 쓰러졌고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 효과는 지속되었다. 적어도 지속되는 듯 보였다. 언제든 언데드 하나가 포함 구역 내로 걸어 들어오면 ‘비활성화’되었으니까.

마치 전등 스위치를 껐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 식으로 보낸 세월이 이제 25년째였지 아마.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