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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진철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허탈한 웃음 가득했던 그의 얼굴에서는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에너지가 다한 인형이 멍하니 버려진 듯, 진철은 미동없이 다리를 감싸고 몸을 말고 있었다.

 

인섭은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한들, 진철의 모습을 보려 고개를 돌릴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약이라도 줘야 할것 같아 암레스트 수납함에서 작은 상비약 구급함을 꺼내줬다.

 

말없이 진철쪽으로 내민 인섭은 운전에만 집중했다. 인기척과 자신의 몸에 닿는 느낌이 들었을것이 분명해도, 진철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청으로 운전해 가는 내내, 오가는 대화는 없었다.

 

조용한 차 안의 소리는 내리는 빗소리에 묻혀만 갔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만 갔다.

 

시청에 도착한 인섭은 시동을 조용히 껐다. 진철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리고 어깨에 손을 얹을때까지 진철은 대꾸조차 안했다.

 

“박진철…”

 

인섭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건 인섭의 목소리 뿐이었다.

 

조용히 진철의 팔에 손을 올린 인섭은 아무 말 없이 그의 팔을 꾹꾹 주무르기만 했다.

 

화가 났을때는 곧잘 팔을 쳐내곤 했던 진철이었지만, 그는 응답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었다.

 

인섭은 눈을 꾹 감았다.

 

“쉰다고 말해놓는다…”

 

그는 뒷좌석에 있던 종이뭉치를 챙기고 말없이 차 문을 닫았다.

 

시체가방은 상미동을 떠나며 경찰에게 인계 했기에, 인섭은 진철 앞에 시체산을 다시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안심됐다.

 

사무실로 걸어들어간 인섭은 테이블 위에 종이를 늘어둔 사람들부터 확인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있었다. 결과를 쭉 늘어두고 하나씩 확인중인 황 계장은 종이에서 종이로 넘어갈때마다 시시각각 바뀌어 갔다.

 

무표정에서 부정적인 표정으로, 부정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체념으로, 또 체념에서 달관으로, 그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상미동에서 뭔 사고를 친거냐, 니들 또.”

 

들어오는 인섭에게 눈조차 돌리지 않은 황 계장은 퉁명스러운 한마디를 던졌다.

 

“사고… 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박진철은 다친데 없고?”

 

인섭은 바닥에서 웃고 있던 진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눈은 부어오르고 있었다.

 

“눈이 좀 부어 올랐습니다.”

 

황 계장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약은.”

 

“주고 왔습니다. 단지…”

 

인섭은 말끝을 흐렸다. 그가 얼버무리는 모습을 본 황 계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종이에 시선을 돌렸다.

 

“니쪽 결과는 어떻게 됐어.”

 

“개판입니다. 전부 수여 안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섭은 자신이 가져온 점검표를 내려놨다. 두건 빼고는 전부 엑스자나 세모표가 그려져 있었다.

 

“하… 정말 개판이구만…”

 

고 과장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믿을수가 없는지, 그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천장만 올려다봤다.

 

펼쳐진 수십장의 점검표들에 동그라미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공기 분자들이 허공에 퍼져있는 것처럼, 동그라미는 산발적으로만 보였다.

 

사무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져 종이와 보고서들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이렇게 많이…”

 

윤창은 의자에 주저앉아서는 말을 잇지 못했다. 결과를 보는 고 과장과 황 계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서 얼어붙은 듯, 그대로 석상이 된 듯 서있던 황 계장과 고 계장은 허탈함에 휩쌓였다.

 

“이건… 정말 너무하다…”

 

황 계장은 이를 갈고는 테이블에서 고개를 돌렸다. 뚫어지게 보고 또 봐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대충 눈으로 세봐도… 가족지원 수여받은 사람은 10퍼센트밖에 없어요…”

 

인영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의 핏기는 사라진지 오래였고, 퀭하니 죽은 눈동자에 붉은 핏줄이라는 생기만이 남아 있었다.

 

인호는 표와 화이트보드를 번갈아 바라봤다.

 

“감염자 늘어났던 동네들이랑… 일치해요…”

 

인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그는 넥타이를 풀어 던졌다.

 

그때, 유진, 성아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계장님…”

 

성아는 품에 안고있던 서류철을 조용히 내려놨다.

 

“왜…”

 

“감염자 적은 지역 결과… 나왔습니다…”

 

“뭐라는데?”

 

황 계장은 살짝 몸을 일으켜서 성아가 가져온 서류철을 읽어내려갔다.

 

마지막 장까지 읽은 그는 서류철을 테이블 위로 집어던졌다. 무심히 떨어진 서류의 가장 윗장에는, 엑스표가 가득했다. 격자지처럼 펼쳐진 표 여기저기에 동그라미가 있을 뿐이었다.

 

고 과장은 의자를 끌어와 털썩 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의자가 내려앉을 것처럼 주저앉은 그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러면 감염자가 늘어났던 이유는 결국…”

 

그의 말에 조사반은 서로를 바라봤다. 상대방의 눈치만 보며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인섭은 모자를 벗어서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진철이 했던 이야기가 귀를 멤돌고 있었다.

 

“죽도록 내버려둔거에요.”

 

인섭은 고요함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서 등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 먹구름과 어둠이 사무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 어떤 누구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다 못해 숨소리마저도 내지 않았다.

 

침묵의 한 가운데, 유진의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그녀는 벨소리가 더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녀는 몰려오는 두통을 막으려 관자놀이를 누르며 대답했다. 그녀의 눈이 잠시 번뜩였다.

 

“아… 그러면 보내놔주세요…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황 계장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계장님… 설문조사 결과 도착했다고 하는데요…”

 

황 계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힘겹게 의자를 끌어왔다.

 

“열어봐…”

 

유진은 노트북을 열었다. 배터리를 충전할 시간이 없었는지, 배터리는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메일을 열어 파일을 확인했다. 한글 파일의 가장 위쪽에 PSO라는 기구 마크가 붙어 있었다.

 

제목에는 크게 ‘감염 대응 관련 여론 조사 결과’ 라고 써뒀고, 그 아래쪽으로는 목차를 삽입해 놓은 보고서였다.

 

그녀는 배터리가 끊길 것 같아 보고서를 복사하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복사기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출력물이 겹겹이 쌓이고 있었다.

 

두터운 복사가 끝나는 동안, 사람들은 말없이 눈을 멀뚱멀뚱 감았다 떴다.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었다. 보고서들과 점검표를 수십 수백번 확인하기도 했었다.

 

유진은 복사기가 멈추자 보고서를 꺼내와 읽어내려갔다.

 

“계장님…”

 

“왜…”

 

그녀는 한숨을 쉬고는 보고서를 황 계장쪽으로 내밀었다.

 

“여론도… 안좋아요…”

 

황 계장은 불안한 눈빛으로 보고서를 받아들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원래는 보건소 사용에 관한거만 조사하기로 했는데… 그냥 감염 정책 전반적인걸 다 물어봤나봐요. 근데… 결과가 너무 안좋아요…”

 

“어떻길래요?”

 

윤창이 황 계장의 옆으로 가서는 같이 보고서를 읽었다. 그래프가 나오는 페이지가 시작되자, 윤창과 황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