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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경찰들이 집 안팎을 오다니고 있었다.

 

인섭과 진철은 멍한 표정으로 관용차 트렁크에 앉아있었고, 현관에서부터 차까지 무언가를 잡고 길게 끈 자국이 나있었다.

 

“참… 이게 무슨 일인지…”

 

태용이 수첩을 들고는 인섭과 진철 앞에 우뚝 섰다.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로회복제를 건넨 태용은 무언가를 쓰려 수첩을 펼쳤지만, 이내 덮고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진철과 인섭은 피로에 쩔어 있었다. 손가락 하나 들려고 했지만 푹 퍼진채로 트렁크에서 숨만 쉬고 있었다.

 

“어째 두분이랑 자주 뵙는거 같네요. 특히 윤 주사님이랑 더 자주요.”

 

태용은 트렁크 옆쪽에 살짝 기대어 섰다. 그는 안주머니에서 담배갑을 끄집어냈다.

 

진철에게 담배갑을 내민 태용은 손을 살짝 흔들었다.

 

“안피세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태용이 흔든 담배갑을 본 진철은 힘겹게 한개비를 꺼냈다.

 

태용은 진철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는 자신의 담배에 라이터를 갖다 댔다.

 

붉은 라이터 화염은 눅눅한 날씨에 화구 위로 볼록 올라와 있었다.

 

태용은 깊게 한모금을 빨아 당기고는 연기를 내뱉었다.

 

“이게 참… 역겹네요, 이래저래…”

 

그는 수첩을 펼쳤다. 종이 여기저기 끄적거린 흔적중에는 용아동에 밑줄이 쳐있는 낙서도 있었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시게 된건가요?”

 

태용의 질문에 진철은 고개를 들었다.

 

“지금 저희 취조하시는 겁니까?”

 

“에이… 취조라뇨… 너무 퍽퍽하게 그러시네요.”

 

그는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냥 알고싶은겁니다. 형사로써가 아니라 인간으로써요.”

 

진철은 태용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숨을 쉬는게 힘든지 가슴을 살짝 문질렀다.

 

인섭은 뒷좌석에 던져둔 물병을 꺼내서는 태용에게 건넸다. 다른 물병을 따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자신의 얼굴에 뿌려댔다.

 

“저번에 하던 조사 연장선상이죠, 다른거 있겠습니까…”

 

“아…”

 

태용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전은 좀 됐구요?”

 

“네. 경위님이 주셨던 정보때문에 막혀있던게 크게 뚫렸죠. 거기서 타고타고 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죠…”

 

태용은 정신없이 집을 드나드는 경찰들을 슬쩍 쳐다봤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과학수사대 인원들이 있었다.

 

“얌마! 거기 이상한거 밟지 말고 채증만 하라고!”

 

허둥대며 화분을 보고 있던 순경들에게 소리 친 태용은 한심하다는 듯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아이고… 저 등신들 진짜… 야! 검시관님 나가시잖아, 이 새꺄!”

 

문에서 나오는 양복을 입은 사람이 흠칫 놀라자, 태용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손을 위로 뻗어 흔든 그는 검시관을 불렀다.

 

멍하니 앉아있는 인섭과 진철에게 걸어온 검시관은 뭔가 싶어 두 사람을 확인했다.

 

“아, 이쪽은 시청 긴급대응팀분들입니다.”

 

태용이 먼저 소개를 했다. 검시관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었다.

 

“많이 놀래셨죠. 문성국입니다.”

 

인섭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혹시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힘없이 손을 떨구는 인섭 대신, 태용이 성국에게 결과를 물었다.

 

“현장 검안만으로 모든걸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음… 정황상이나 상처만으로 말이죠…”

 

“네.”

 

“자살일 가능성이 많이 높습니다.”

 

태용과 인섭은 화들짝 놀라 성국을 바라봤다.

 

“예?”

 

“자살이요.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태용은 어이가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배를 난자를 해놓고 스스로 목을 매단거라구요? 그게 말이 됩니까?”

 

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순 없습니다. 남아있는 자상들 방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수평이나 위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용은 그의 말을 듣고는 수첩을 꺼내 이것저것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방어흔이 전혀 없습니다.”

 

“방어흔이요?”

 

“네, 전방에서 찔렀든 후방에서 찔렀든 간에 손에 자상들이 조금 남아있어야하는데, 그런건 전혀 없었습니다. 많이 썩긴 했지만… 바닥에 남아있는 혈흔이나 상처에 남아있던 혈흔들을 보면 그렇게 찌르고도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크구요. 목에 삭흔까지 남아있었습니다.”

 

태용은 난처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럼 지금 박사님 설명만 들어보면… 배를 찌르고 기어올라가서 목을 매단거란거죠?”

 

“사망당시 정확한 정황을 알지는 못합니다. 상처를 통해서 추정을 하는거만 가능하죠. 근데 혈흔이 남아있는거나, 삭흔이 생겼다는 것 둘 다에서 추정할 수 있는건 있죠. 두 상처가 다 살아있을때 생겼다는거죠.”

 

“아니… 이게 어이가 없어서 그럽니다. 이게 가능… 한겁니까?”

 

성국은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하다고도 말 못하죠.”

 

“당장 배만 그어대도 아파서 난리치는게 사람인데 그게 어떻게…”

 

어이없어하는 태용의 말을 듣고는 인섭이 고개를 들었다.

 

“가능하죠.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요.”

 

“네?”

 

태용은 인섭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했다.

 

“감염때문에 죽기 직전에 격통이 오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게 흉통이든 두통이든 뭐든요. 그거때문에 느끼지 못했을수는 충분히 있을겁니다. 혹은…”

 

인섭은 한 템포를 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죽으려고 그렇게 배를 찌른 다음에 안 죽어서 변기를 밟고 힘겹게 올라갔을수는 있죠.”

 

“허… 참…”

 

태용은 인섭의 의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있을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분석관분들 계시지 않습니까. 아마 현장에 임장 하셔야할겁니다. 심리적 정황을 더 잘 파악하시는 분들은 그분들이지 않습니까.”

 

“참…”

 

“혹시 더 필요하시다면, 시신을 부검할수는 있습니다.”

 

성국은 인섭과 진철의 의중을 살피듯 눈길을 주었다.

 

“감염 위험만 어느정도 막으실수 있다면야 뭐… 데려가셔야죠.”

 

인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중에 요청을 드리면 되겠죠?”

 

태용은 인섭을 보고는 맞받아치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참… 사망자 가족도 찾아봐야하는데… 이게 될지 안될지 모르겠네요.”

 

두툼해지는 낙서와 메모사항에 학을 떼고 있던 태용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모습을 본 인섭은 모든걸 정리하고 빨리 사무실로 들어가고 싶었다. 꿉꿉한 날씨와 함께 그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 숨이 너무나 막혔다.

 

지쳤다는 감정만이 그를 휘감고 있었다.

 

“발치워! 허락도 안했는데 다 나가!”

 

그때, 순찰차들이 있는 곳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인섭과 진철, 성국은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니들 뭐야!”

 

한 남성은 크게 소리치며 경찰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고, 그의 앞에서 경광봉을 들고 있던 순경은 힘겹게 남성을 막아서고 있었다.

 

“누가 허락했다고 문을 맘대로 따고 지랄이야! 야!”

 

남성은 당장이라도 순경에게 주먹질을 할 것처럼 달려들었다. 남성 옆에 서있던 여성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코를 막고 있었다.

 

태용은 그의 모습을 보곤 얼굴을 찡그렸다. 입으로 조용히 욕을 내뱉은 그는 성큼성큼 남성에게로 다가갔다.

 

“뭡니까, 지금?”

 

힘에서 밀리던 순경이 옆으로 물러서고, 태용이 남성 앞에 서며 말했다.

 

“누구 허락 받았다고 지금 남 집을 뒤져? 영장 있어?”

 

“선생님, 현장 신고 받고 출동했을때는 영장이 필요 없습니다.”

 

“허… 씨바…”

 

남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옆에 있던 깡통을 찼다.

 

“짜바리들이 어디서 싸가지없게… 민중의 지팡이면서 고개나 숙일것이지 빠닥빠닥 지금… 아오씨…”

 

태용은 남성의 말에 앞니를 살짝 깨물었다. 단전 깊은 곳에서 화가 끓어올라왔다.

 

“누구신데 그러십니까 지금?”

 

수첩을 안주머니에 집어넣은 그는 남성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남성은 속옷같은 반바지와 나시를 입고 있었고, 어깨에는 초록색 문신이 있었다.

 

“나? 거 알아서 뭐할라고?”

 

“지금 상황이랑 관계없으신 분이 순경 멱살 잡고 조사 상황 방해하시는거면, 저는 공무집행방해로 선생님을 체포할 수밖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