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소게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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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소리가 시끄러웠다.
시간은 한 시 이십삼 분 사십오 초였다. 선생은 목소리를 키우며 비행기 소리와 씨름했지만 이내 분필을 놓았다. 비행기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아이들은 칠판에서 눈을 떼고 각자의 문제로 시선을 돌렸다. 소년은 비행기를 찾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창밖으로는 비행기가 보이지 않았다. 복도쪽 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불투명했다. 이제 창문은 진동 때문에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비행기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더 커질 여지가 있다는 것에 소년은 불안을 느꼈다. 반 아이들은 인상을 쓰고 귀를 막으며 소음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소년은 바닥을 굴러와 발치에 멈춘 주황색 물체를 보았다. 교실 안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색감을 가진 이어플러그 케이스였다. 케이스를 열자 한 쌍의 이어플러그가 보였다. 소년은 주인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소녀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소녀는 소수의 친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뿐이고 그나마도 남자 아이들과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소녀는 어떤 제스처도 보이지 않았지만, 소년은 그 이어플러그가 소녀의 것이라 것을 알았다. 이 수업이 끝나면 돌려줘야지. 소년은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어플러그를 주머니에 넣었다. 비행기 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시간은 한 시 이십사 분 이 초였다. 이제는 잦아 들거라 생각되는 폭음의 최고조에서, 순간 비행기 소리가 끝났다. 교실이 내려앉았다. 책상과 걸상, 그 위에 올려진 문제지와 교과서, 아이들, 필기구, 휴대폰이 규칙 없이 떠올랐다. 교실은 전방에 생긴 균열을 향해 기울었다. 교탁과 선생이 이미 그 균열 아래로 사라지고 없었다. 균열은 점점 커져갔다. 튕겨져 올라갔던 교실의 구성품들이 제자리를 찾자마자 바닥을 기면서 균열로 굴러갔다. 소년은 바닥에 시체처럼 바닥에 몸을 바짝 붙이며 위에서 굴러오는 사물함을 피했다. 소년은 한 아이의 몸을 밀어 차며 반발력을 얻었다. 교실 뒷문의 턱이 잡혔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교실은 이미 수직에 가깝게 누워 붉은 혓바닥을 보이며 시커먼 연기를 뿜고 있었다. 소년은 아직 경사가 완만한 복도를 기어 올라갔다. 복도의 기울기를 의식하지 못한 옆반 아이가 복도로 뛰쳐나오다 넘어져 소년과 뒤엉켰다. 소년이 겨우 창문틀을 잡자 뒷반 아이가 다리 한 쪽에 매달렸다. 소년은 반대발로 뒷반 아이의 얼굴을 걷어차다 창문틀을 놓쳤다. 소년은 발목을 움켜지는 강한 힘을 느꼈다. 시간은
한 시 이십삼 분 사십오 초였다. 소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