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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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광역시 송월동의 매우 용한 무당집, 남로당의 맥아더보살 김명자 씨는 당혹스런 눈빛으로 눈 앞의 손님을 쳐다보았다.

손님은 아까부터 아주 강렬한 눈빛으로 명자 씨를 째려보며 이를 갈고 있었다. 평범하게 점사를 보겠다고 예약했던 아가씨였다. 명자 씨는 다짜고짜 손님이랍시고 들어와서 자신에게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는 저 손님을 보며 오늘 아침에 내가 혹시나 장군님을 잘못 모셨는 지를 반추했다. 오늘이 아무리 세상 모든 거짓말이 다 통한다는 만우절이라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었다.

명자씨의 오늘 하루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장군님께 드릴 아침공양으로 맥모닝 세트를 사왔고, 장군님께서는 향불의 연기를 성조기 별 모양으로 다섯 번 흔드시며 오늘 맥모닝에 해시브라운까지 추가해다 줘서 참으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아씨, 별 문제 없었는데 대체 왜 아침부터 저런 존재가 와 가지고서는!

“아가씨, 점사 안 볼 거면 어여 나가요. 여기 장군신령님 모시는 데여.”

“이아 – 이아 -……. 아니 그, 드릴 말씀이… 진짜로 있다니까요… 저도 진짜 이것 때문에 미치겠는데 보살님 아니면 의논을 드릴 데가 없다구요.”

“아니 그럴 거면 시원하게 말을 하지 왜 사람 무섭게 자꾸 날 째려봐. 신령님 안전에서 그러면 안 돼야.”

“그, 그게… 으아아! 말이 왜 안나오지 으아아 이아- 이아 -! 그러니까요 그게, 아줌마 진짜 딱 30분만, 30분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네에?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게, 막 눈빛이 이렇게 된 게 제 마음대로 된 게 아니에요, 네에?”

명자 씨는 손님의 간곡한 요청에 일단은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했다. 뭔가 들어주긴 하려면 방울을 흔들어야 했기에 명자 씨는 힘껏 방울을 흔들었다.

딸랑딸랑 – 딸랑딸랑 -!

방울 소리가 멎자마자, 명자 씨의 몸에는 맥아더 장군의 혼령이 실렸다. 아니 뭐, 그런 기분이 들었다는 뜻이다.

“장군님께서 오셨으니 이제 말씀을 하시오.”

“저에게…. 신내림이 온 것 같아요.”

“신은 아무에게나 내리지 않아요 아가씨. 증상이 어떤데?”

“이아… 니 그게 말이에요. 제가 평소에는 귀신이고 그런 거 전혀 안 믿었거든요? 귀신 같은 걸 본 적도 없구 꿈자리에서 가위 한 번을 안 눌렸어요. 저도 솔직히 왜 제가 이러는 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그 날’ 이후로 자꾸, 자꾸 꿈에 이상한 존재가 저한테 말을 거는 거예요. 자기가 무슨 ‘그레이트 올드 원’ 이랬나 뭐랬나… 아무튼 졸라 귀찮게 구는 거 있죠?”

“예끼! 신령님께 졸라가 뭐니, 졸라가. 그런데 그레이트… 뭐시기? 우리 무교의 신령님 중에 그렇게 이름 기신 분은 못 봤는디?”

“그레이트 올드 원! 이요. 저어기 인천 앞바다에 사시는 별에서 내려온 아주 위대한 존재… 아우 씨, 이거 봐요. 자꾸 목소리도 변하구 불편하다구요. 꿈에서 그 분을 뵈었는데 어우, 얼마나 모독적인 기분이던지. 정말 모독적으로 생기셔가지고 보는 것만으로도 광기에 휩싸이는 줄 알았다니까요?”

“대체 무슨 신령님이시기에 그런…”

“이름이, 아 뭐라 그랬지.. 아우 씨…. 그게 말이에요, 인간의 입으로는 감히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는 이름이랬어요. 누구라도 그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는 순간 세계가 파괴되고 영혼이 르뤼에로 가버린대요. 이아 – 이아 – 아우우… 그분 이름이 크… 뭐시기였나 그랬는데 자꾸 저보고 자기를 찬양하라고 하시는 거 있죠? 자기가 무슨 서해 용왕이라나. 얼굴은 완-전 문어머리같이 생겨서 숙회 삶아먹으면 딱 좋겠구만, 그러면서 저보고 책 한 권을 주더니 글쎄, 그 책을 구해다가 매일매일 한 장씩 읽고서 감상문을 쓰라는 거 있죠? 책 이름이 네크로노미콘이라 그래서 교보문고 가니까 그런 책은 듣도 보도 못했다 하드라구요. 하, 짜증나서 아주 그냥! 아니, 제가 인천 앞바다에 아무리 연애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간절하게 빌었기로서니, 제가 그놈하고 데이트 한 번 하자고 초딩 때도 안 쓰던 독서감상문을 매일 쓰고 검사받아야겠어요? 이게 무슨 초딩 국어시간이냐구요!”

“잠깐 뭐? 서해 용왕? 네크로… 뭐시기? 그거 구할 수는 있는 책이야?”

“시립도서관 가서 한 권 대출해 달라 그러니까 해주던데요? 사서분들이 좀 놀라시긴 했는데 뭐, 생각보다 쉽게 대출받았어요. 한번 읽어보실래요?”

“아니 됐고.. 근데 뭐?? 그 듣도보도못한 마도서가 인천시립도서관에 있었어??”

“그럼요. 아줌마도 한 번 가 보세요. 이 책이 전 세계에 딱 세 권이 있는데, 한 권은 미국 미스캐토닉대학교 도서관에 있고 또 한 권은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이 인천 시립도서관에 있다고 하더라구요. 사서분들이 정말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근데 막 정신없이 어디론가 전화하시는 거 같긴 하던데 음, 제 알 바는 아니죠!”

네크로노미콘? 그레이트 올드 원?

김명자 씨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이 아가씨가 몰래카메라라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려 장난질 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명자 씨도 신당을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를 몇 번 이용해 봤기에, 거기 사람들이 얼마나 고약한 취미를 갖고 있는 지 정도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명자 씨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최대한 이 장난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