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밤은 온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미리보기

로즈마리가 죽었다.

혜정은 면사무소 현관 곁에 놓인 난을 보며 말라 죽은 로즈마리를 생각했다. 야근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 잠 속에 빠져들기를 며칠, 제때 관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집에 갖다 놓고 혼자서 간직하려는 욕심. 그럴 때마다 키우던 식물은 죽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다시는 키우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다짐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또 예쁜 꽃을 보면 집으로 가져갈지 모른다. 그녀는 이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농작물 피해 보전 사업, 농기계 지원 사업 등 각종 업무 처리에 그녀는 정신이 없었다.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는 듣도 보도 못한 사업들이었다. 도시에 살다 시골로 들어왔더니 농사에 관련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산업계로 발령받고 업무 파악하랴, 처리하랴 눈뜰 새 없이 바빴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레 찾아오는 귀농인들은 부담스러웠다. 업무 지침을 완벽히 파악하기도 전인데 그들이 상담을 받으러 면사무소로 들이닥치면 당황하곤 했다.

혜정은 화장실 수도꼭지 물을 틀어놓고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다. 머리칼은 뒤로 질끈 묶었고 얼굴은 크림 정도만 발랐다. 그렇게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얼굴. 남들은 예쁘다고 말하긴 했지만 모두 듣기 좋으라고 한 칭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모든 게 평범해서 딱히 뭐라고 자신을 소개하기 힘든 그런 애였다.

자기 소개서에 특기란 걸 쓰는데 그녀는 정말 쓸 게 없었다. 술 잘 마시고 노래방에서 노래 잘 부르는 것. 그것도 특기라면 특기였다. 시골 면서기를 하는 데는 이런 털털한 성격이 이점일 수는 있었다. 우울하더라도 겉으로는 쾌활하고 밝은 표정을 잘 짓는.

그녀는 찬물이 묻은 손을 눈두덩에 갖다 대고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그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는데, 40대 후반쯤의 남자가 복지계 앞에 서 있었다. 중간 체격 정도에 매섭게 생긴 눈매. 그 눈매와는 다르게 살이 붙은 둥그스름한 얼굴. 눈 밑에는 상처처럼 보이는 주름이 깊게 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으나 또 다르게 보면 사람을 바짝 긴장시키는 얼굴이었다.

혜정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남자가 그녀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색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귀농 상담은 어디서 하죠?”

친한 언니이기도 한 복지계 최 주사가 혜정을 돌아봤다. 그러자 남자가 혜정을 보고 산업계로 왔다.

“귀농 때문에 그러는데 어떻게?”

그가 빤히 보았다. 혜정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꽂이에 꽂힌 귀농 관련 파일을 빼 들었다. 그러고는 귀농하면 받을 수 있는 각종 지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곤 서류를 내밀었다.

“더 자세한 건, 군에 문의하셔도 돼요. 귀농 교육은 받으셨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아서. 그게 뭔데요?”

혜정은 그 또한 자세히 설명을 했다. 남자는 혜정의 얼굴을 뜯어보듯 응시했다. 혜정은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최대한 친절히 설명했다.

그는 고개를 까닥했다.

“그카고 멧돼지가 밭에 들어와서 감자를 엉망으로 만들었는데 그건 우째 해야 됩니까?”

“아, 그거요.”

복지계 최 주사가 돌아봤다.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남자가 복지계로 갔다. 최 주사가 피해 신고 요령을 알려 주었다. 듣고 있던 그가 혼자서 씨부렁거렸다.

“멧돼지 새끼들 모두 잡아 족쳐야지. 뭔 대책이 없습니까.”

“그게, 포획해 주기도 하고요. 아님 전기 울타리도 있고요. 근데 울타리는 지금은 신청 기간이 아니라 자부담으로 하셔야 하는데요.”

“신청 기간이 어딨어. 그런 건 완전 공짜로 해 줘야지. 안 그래도 돈 나갈 데가 얼마나 많은데.”

남자가 투덜대며 나가고 나자 최 주사가 찡그린 얼굴로 혜정을 보았다.

자부담이란 말에 울타리 설치를 포기해 버린 모양이었다.

혜정은 자리로 돌아와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공문들을 작성했다.

민원 응대하고 각종 보조 사업 처리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은 금세 퇴근 시간에 닿아 있다. 하지만 오늘도 야근이다. 6시 칼퇴근은 현실과는 너무 다른 얘기였다.

컵라면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밤 9시쯤 퇴근했다. 시골 밤은 특히나 어두워 주차해 둔 곳은 더욱 그랬다.

모닝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좁은 도로로 올라섰다.

그런데 도로로 올라서기가 무섭게 차 한 대가 혜정의 차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따라오는 차의 불빛이 백미러 속에 가득 찼다. 눈이 부셔 제대로 백미러를 보지 못했다. 그녀는 휘어지는 길을 따라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었다. 형광 안내판을 따라 차가 휘어졌다. 뒤차는 멀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붙어 왔다.

길 상황도 좋지 않은데 액셀을 밟았다. 그러자 뒤차도 따라붙었다. 뒤따르는 불빛이 차 안을 위협했다. 그때 검은 생명체가 휙 튀어나왔다가 길옆으로 샜다. 그녀가 핸들을 틀었다. 중앙선을 넘어 차가 기우뚱하다 중심을 잡았다. 그녀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뒤차는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먼저 가라고 깜빡이를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포기하고 속력을 더 냈다.

가다 보니 불 꺼진 주유소가 나타났다. 곧 다른 마을로 접어들 참이었다. 그러자 그 차는 두 갈래 길에서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번호를 보았다. 다 보지는 못하고 앞 번호만 건졌다.

차내를 채웠던 불빛이 거짓처럼 순식간에 꺼져 들었고 평소대로 돌아왔다. 차 안에 퍼지는 감미로운 발라드 음악이 그제야 귀에 들어왔다.

다음 날 농협에 들를 일이 있어 지름길로 들어섰다. 철제 계단 옆에 남자 세 명이 둘러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혜정은 다른 길로 가고 싶었지만 남자들과 눈이 마주친 이상 피해 가기는 어려웠다. 담배 연기가 그녀의 얼굴로 퍼져 들었다. 코 안으로 밀려드는 담배 연기에 그녀가 콜록댔다. 그 모습을 보고 남자들이 낄낄댔다.

남자 한 명이 알은체를 했다. 그 주름이었다. 그는 웃고 있었는데 그의 눈 밑 주름이 더 깊게 졌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고개만 까딱였다. 그것도 건성으로. 그의 웃음이 사라졌다. 그녀가 인상을 쓴 채 재빨리 계단을 밟고 농협 쪽으로 갔다. 돌아볼 엄두가 안 났다.

농협에서 일을 마치고 나와 계단 쪽이 아닌 빙 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반점을 지나 길을 따라갔다. 교회 앞 주차장을 지나는데 무심코 본 트럭 한 대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앞 번호가 왠지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본 번호였다.

그래, 어제 밤에 봤던 차 번호. 그녀 차를 바짝 붙어 뒤따라왔던. 그녀는 트럭을 유심히 보았다. 아는 차인가 해서 살폈으나 특별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그날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 면사무소로 왔다. 트럭은 여전히 세워져 있었다. 너무 예민하게 굴 건 없어. 그냥 같은 방향으로 가던 차일 수도 있잖아. 그런데 이런 생각은 얼마 가지 못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누군가 그 트럭으로 다가섰다.

‘주름’이 이쪽을 보았다. 자신을 보는 것인지 그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가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따라붙었는지. 그는 창문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녀는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진정하려 해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자신을 보던 그의 눈빛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의 대담한 눈초리는 그녀를 얼어붙게 했다. 그가 사무실로 들어올까 두려웠다. 다행히 그는 사무실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트럭도 보이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그는 가끔 복지계에 들러 멧돼지가 밭을 엉망으로 만든다며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을 넣었다. 또한 매달 일정액을 준다는 기초 연금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인조가죽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문득 혜정이 고개를 들면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곤 했다. 그럴 때면 그는 태연히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가 혜정이 고개를 숙이면 다시 그녀를 보았다. 혜정은 그의 시선이 불편했고 언짢았다. 그는 정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단지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보지 말라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인 게, 그는 정말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해가 될 만한 그 어떤 행동도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왜 그렇게 보느냐고 말하면 그는 그런 적 없다고 말하겠지. 그러고는 날 이상한 여자 취급하겠지.

피곤한 일이었다. 모른 척 사무적으로만 그를 대하면 그만이다. 그가 와서 뭔가를 묻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았지만, 민원 응대를 소홀히 할 수 없어 그의 이런저런 질문에 딱딱하게 대답했다.

“다시 오지.”

그가 그렇게 말하곤 사무실을 나갔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갔다.

퇴근 시간을 넘어섰고, 오늘은 당직이었다. 몸은 무척 피곤했다. 곤두섰던 신경도 무뎌졌다. 저녁은 전에 사두었던 과자로 대충 때웠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남은 일을 대충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 화장실로 통하는 출입문이 열리는 기분이 들어 그쪽을 보았다. 문은 미동도 없었다. 갑자기 누가 들어온 건 아닌지 긴장됐다.

그녀는 문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문을 열고 화장실 방향으로 보았는데 남자 쪽 불이 켜진 채였다. 그녀는 그곳으로 가서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사람이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녀는 불을 껐다.

그냥 돌아서려는데 소변이 마려웠다. 이럴 때 하필이면.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칸으로 들어가 지퍼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 밖은 조용했다. 일을 보고 물을 내리려는데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밖에 집중했다. 이번엔 진짜 누군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물을 내리는 손이 떨렸다.

사무실 앞에 섰다. 유리문 안으로 보이는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히 누군가 들어온 것 같았는데.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은 어둠에 깊게 잠겨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생각나는 인물이 있었다. 혹시 그놈인가. 설마. 그놈이 이 시간에 올 이유가 없으며, 자신이 당직인 걸 알지도 못한다. 괜한 생각이다.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책상도 나갈 때와 그대로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이장이 오후 늦게 두고 간 마을 신청서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서랍을 열어 살폈지만 없었다. 어디다 처박아 둔 건가. 종종 신청서를 어디 뒀는지 깜빡 잊어버려 정신없이 찾을 때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밤은 어둡고 퇴근은 해야 하는데 찜찜하게 신청서가 보이지 않다니. 이렇게 덤벙대다니. 이장에게 다시 해달라고 해야 하나. 그러기는 또 싫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고, 마음은 급해졌다. 빨리 사무실을 나가고 싶은데. 끝내 신청서를 어디다 박아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 포기하고 내일 찾아보자. 어디 있겠지.

그녀는 재빨리 사무실을 나와 2층 복도 앞에 섰다. 아래서 본 2층은 뭐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어두워 발을 떼기가 망설여졌다. 어둠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계단을 하나씩 밟고 2층으로 올라섰다. 눈앞에는 과거의 체육 대회 우승 트로피들이 빛바랜 영광 속에 놓여 있었다.

바로 면장실 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했다.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벽 페인트는 벗겨진 흔적이 있어 사무실의 오랜 역사를 엿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바뀌고 이곳을 다녀갔을까. 그녀가 모르는 비밀들이 벽과 틈 사이 곳곳에 배어 있을 것이다.

옆에 붙은 회의실로 들어가 창문들이 모두 잠겨 있는지 살폈다. 책상들과 철제 의자들이 평소대로 놓여 있었다. 혹시나 싶어 반대쪽 출입문을 열어 작은 창문도 봤다. 보기를 잘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사무실 밖에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다시 들어오는 수고를 할 뻔했다. 그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회의실을 나와 다시 계단으로 해서 1층으로 내려왔다.

사무실은 나왔던 대로였고, 켜 둔 텔레비전 소리만이 공허하게 흘러나왔다.

10여 분 뒤에 퇴근하면 되었다. 창문이 모두 잠겼는지 확인하고 일일이 블라인드를 내렸다. 출입문 창문을 닫으려는데 위쪽 잠금 장치가 손에 닿을 듯 말 듯 해서 포기하곤 의자를 끌어왔다. 의자 위로 올라서서 문을 잠그고 내려왔다. 바깥은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누가 있는 건 아닌지 유심히 보았으나 짙은 어둠 때문에 인지하기 힘들었다.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데 목재 캐비닛 뒤에서 뭔가 쉬쉬 하고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천 같은 것이 끌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혜정은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녀는 귀를 기울이며 가만히 집중했다. 앉아 있는 의자의 삐거덕대는 소리, 초침 흘러가는 소리, 지나가는 차 소리. 그리고 낯익은 듯 낯선 사물들.

복도로 나섰을 때였다. 그녀는 현관 쪽으로 가려다 이상한 기분에 뒤돌아봤다. 불이 켜져 있었다. 남자 화장실이었다. 분명 껐는데. 아까 안 껐었나. 아니면 그녀가 2층으로 올라간 사이 누군가 사무실로 들어와 화장실을 쓴 뒤 불을 안 끄고 그냥 나갔나. 그녀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만약에 사무실 안에 누군가 작정하고 숨어 있다면. 그녀는 두려움을 떨쳐내려 혼자 피식 웃어 봤다. 그런 일 따위는 없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그녀는 남자 화장실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졌다. 그녀는 다가가 꼭지를 꽉 잠갔다. 거울엔 물방울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칸 쪽을 보았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파리 한 마리가 날다 창틀에 앉았다. 두 문을 다 열어 봤는데 물론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한번 휘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전원 스위치를 내렸다.

그런 뒤 불 꺼진 숙직실에 들어가서 불을 켰다. 형광등은 밝지 않았다. 사무실 전화를 휴대폰으로 착신해 놓으려고 번호를 눌렀다. 순간 거기에만 집중해서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앞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쳤고 방의 모습이 들어왔다. 번호를 누를 때 뒤에 누가 서 있었다 해도 모를 뻔했다.

사무실 불을 모두 껐다. 얼른 휴대폰 불빛으로 주위를 비췄다. 밖으로 나와 출입문을 잠갔다.

세워 둔 차 쪽으로 걸어오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돌아봤더니 복도 천장에 붙은 센서등이 켜져 있었다. 출입문 안쪽이 드러나 있었다. 누가 정말 사무실 안에 있나. 그녀는 불안한 기분에 사로잡혀 불 켜진 유리문 안쪽 복도를 유심히 살폈다.

불은 잠시 뒤 저절로 꺼졌다.

불은 다시 켜지지 않았다. 그녀는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다. 별일 아니겠지. 등이 잠시 오작동을 일으켰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차를 세워 둔 쪽으로 종종걸음 쳤다.

느티나무 옆을 지나가는데 창고 앞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것이었다. 트럭. 언제부터 여기 있었지. 퇴근 시간 무렵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모닝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 안에서 사무실을 봤다. 사무실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왠지 출입문 센서등이 다시 켜질 것만 같았다. 다행히 불은 켜지지 않았다.

그날 그녀를 따라오는 차는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이 예민해져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대망상 정도라고.

그녀가 사라지고 나자 출입문 센서등이 다시 켜졌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