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 장르: 호러, 추리/스릴러 | 태그: #살인마 #예행연습 #시체유기
  • 평점×10 | 분량: 50매
  • 소개: 옆집에 살인마로 의심되는 남자가 산다. 그는 매일 인형을 난도질하며 살인 연습을 한다. 더보기

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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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후텁지근한 열기가 주택들 사이를 흐른다. 때는 6월이었지만, 세상은 온통 8월의 끈끈함과 노곤함으로 가득 찼다. 그때 녹색 대문을 밀치며 노란 반소매 티에 카고 반바지를 입은 지훈이 집에서 나왔다.

 

그는 이십 대 중반의 남자로서,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매일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밤이 돼서야 집에 오는 따분한 생활은 언제부턴가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대문 앞에 후줄근하게 선 지훈은 가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짜증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강렬한 햇빛이 온몸을 쨍하게 휘몰아쳤다. 학원을 가기 위해서는 골목 끝의 큰길로 나가야 한다.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터덜터덜 큰길로 향했다. 오른쪽에는 낮은 담으로 둘러친 옆집이 자리 잡았다. 오늘 공부할 내용을 떠올리며 지훈은 옆집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때였다. 별안간 옆집 안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를 퍽퍽 때리는 소리와 함께 신경을 긁는 쇳소리가 섞여들었다. 지훈은 고개를 돌려 옆집 안을 들여다봤다. 마당에 뒤로 돌아선 남자가 다른 남자를 깔고 앉은 게 보였다. 올라탄 남자가 정신없이 손을 휘두르는데도, 밑에 깔린 남자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맞고만 있었다.

 

좀 심하다고 느낀 지훈이 남자를 말리기 위해 옆집 대문을 열었다. 녹슨 경첩이 마찰을 일으키며 끼익 거리는 소리를 냈다. 대문을 통과한 그는 종종걸음으로 남자에게 향했다. 그러나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놀란 지훈이 덜컥 멈춰 섰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는 부엌칼로 밑에 깔린 사람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지훈은 얼어붙은 상태로 남자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부엌칼이 몸속에 수십 번씩 들어갔다 나오는 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지훈이 재빨리 바지 앞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고는 얼른 휴대전화를 꺼냈다.

 

바로 그때, 남자가 난도질하는 걸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깜짝 놀란 지훈이 움찔하며 휴대전화를 떨어뜨렸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지훈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마치 새하얀 도화지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 있지 않았다.

 

그는 3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하얀 얼굴에 깔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이 지적인 이미지를 풍겼다. 몸집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이었고, 흰색 반소매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 말끔하고 시원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레 남자를 살피던 지훈은 그가 너무 깨끗하다는 걸 깨닫는다. 얼굴이나 몸, 주변 어디에서도 피가 튄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느낀 지훈이 유심히 부엌칼을 훑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부엌칼에도 피는 묻어있지 않았다. 어리둥절해진 지훈이 밑에 깔린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자세히 보니 밑에 깔린 사람은 성인 남자와 비슷한 외모와 크기를 가진 인형일 뿐이었다.

 

지훈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와중에도 울컥 화가 치솟았다. 별것도 아닌 것에 놀라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그는 달아오른 얼굴로 남자에게 따졌다.

 

“왜 이따위 짓을 하는 겁니까?”

 

옆집 남자가 아무 표정도 없이 지훈을 쳐다봤다. 몇 마디 더 내뱉으려던 지훈은 남자의 눈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눈빛이었다. 유리알처럼 번뜩이는 눈이 왠지 모르게 소름끼쳤다.

 

옆집 남자는 밑에 깔린 커다란 인형으로 눈길을 돌렸다. 부엌칼을 거꾸로 쥐고는 칼끝으로 인형의 가슴팍을 찍어댔다. 거침없는 행동에 지훈은 공포심을 느꼈다. 왜 저러는지 모르지만,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했다. 지훈은 휴대전화를 낚아채듯 집어들었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지훈은 서둘러 옆집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아침.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아직 잠이 덜 깬 지훈이 가방을 메고 집에서 나온다. 하품을 요란하게 하던 지훈은 아무 생각 없이 큰길로 걸었다. 입맛을 다시며 왜 이리 시끄러운지 주변을 살피다 무심코 옆집을 보았다. 옆집 남자가 마당에 쪼그려 앉아 손을 놀리는 게 보였다. 불길한 예감에 눈을 떼지 못하던 지훈은 잠이 확 달아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남자 앞에 145cm 정도 되는 실물 크기의 소년 인형이 누워 있었다. 그는 신나게 몸을 들썩이며 인형의 배를 부엌칼로 후벼 팠다. 불안해진 지훈이 입술을 깨물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옆집 남자는 배속을 계속 헤집었다. 더는 안 되겠다고 느낀 지훈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112 버튼을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예. 감사합니다. 112 경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경찰의 물음에 지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여기에 위험한 사람이 있거든요? 칼을 가지고 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이러다 무슨 일 나겠어요. 완전 사이코라니까요!”

 

경찰도 위급한 상황이란 걸 감지하고 목소리가 빨라졌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계신 곳이 어디죠?”

 

한결 마음을 놓은 지훈이 또박또박 말했다.

 

“조산동 1495번지 12호에요. 12통 4반이고요. 빨리 좀 와주세요!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전화를 끊은 지훈이 옆집 남자를 살폈다. 그는 정신없이 인형을 찔러댔다. 주위에 누가 있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

 

그때 사이렌을 번쩍이는 경찰차가 큰길가에 멈췄다. 양쪽 문이 벌컥 열리더니 두 명의 경찰관이 뛰어내렸다. 그들은 헐레벌떡 지훈을 향해 달려왔다. 20대 중반의 젊은 경찰관이 앞서 뛰어왔고, 나이를 먹어 볼이 늘어진 40대 경찰관이 뒤뚱거리며 쳐졌다. 놀라움도 잠시, 지훈은 반가운 얼굴로 여기라는 손짓을 했다. 젊은 경찰관이 바로 앞에 도달하자 다짜고짜 물었다.

 

“다친 사람은요? 범인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뒤따라 도착한 다른 한 명도 헐떡이며 그를 주시했다. 미안해진 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는데요.”

 

경찰관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못 본 척하며 담 너머 옆집 마당을 가리켰다. 남자가 칼로 인형의 배를 쑤셔대는 게 보였다. 지훈은 혐오감으로 인상을 쓰며 경찰에게 하소연했다.

 

“저기 저 사람 보이죠? 하는 짓 좀 봐요. 옆집에서 저따위 짓을 하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살아요? 얼른 잡아가세요. 예? 아니면, 시정 명령이라도 내리던지요.”

 

그를 본 젊은 경찰관이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내젓는다. 40대 경찰관도 남자의 행동을 살피고는 우물쭈물하며 말을 꺼냈다.

 

“이것 참,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게 오늘만도 벌써 세 번째에요. 자유권이라고 아시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권리. 그건 저 사람도 마찬가지에요.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우리는 저 사람의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거든요.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도통 들어먹지를 않으니 원…”

 

어안이 벙벙해진 지훈이 물었다.

 

“그래서, 보고만 있겠다는 거예요?”

 

젊은 경찰관이 볼멘 목소리로 항변했다.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연행하고 싶죠. 하지만, 나라의 법이 그런데 어쩌겠어요. 우리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지훈이 분통을 터뜨리며 젊은 경찰관에게 따졌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저 사이코 같은 새끼가 홱 돌아서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해요? 그게 당장 내가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예요? 책임질 거냐고요?”

 

40대 경찰관이 눈치 없는 젊은 경찰관을 노려보고는 지훈을 달랬다.

 

“진정하세요, 진정. 지금 경찰청에서도 저 사람을 예의 주시 하고 있으니까요. 아까 신고하자마자 우리가 출동한 거 보셨죠? 특별 지시가 내려와 5분마다 이곳을 순찰하며 감시 중이거든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1분도 안 돼 경찰관들이 출동할 겁니다. 안심하세요.”

 

지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경찰들을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경찰마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옆집 남자를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그 사이코 같은 자식은 아직도 인형의 배속을 칼로 휘저으며 즐거워했다.

 

 

 

다음 날 낮. 하늘은 비라도 내릴 듯 짙은 회색빛이다. 지훈은 언짢은 얼굴을 한 채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큰길로 걸어가던 그는 옆집을 보자 꺼림칙해져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훈은 몸서리를 치며 빠른 속도로 옆집을 지나친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슬며시 뒤로 향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옆집을 돌아본 지훈이 그 자리에 멈췄다. 불안해서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뭘 하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조금이라도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지훈은 긴장된 몸짓으로 옆집 담에 접근했다. 숨을 고르고는 안을 들여다본다. “허…”하고 탄식을 내뱉은 지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사이코 같은 옆집 남자가 부엌칼로 인형의 몸을 난자하는 게 보였다. 성인 여성의 외모를 가진 키 160cm의 커다란 인형이었다. 왜 자꾸 저런 짓을 하는 거지?

 

지훈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예삿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인형을 찔러대던 사이코가 갑자기 인형의 왼쪽 팔꿈치를 잘랐다. 느닷없이 벌어진 일에 지훈이 눈을 크게 뜨고 상황을 주시했다. 왼팔을 잘라낸 그는 오른쪽 어깻죽지에 칼을 갖다 댔다. 금세 오른팔도 인형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인형이라고는 해도 두 팔이 잘려나가자 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오른쪽 허벅지로 칼을 가져간 사이코는 쓱싹쓱싹하며 다리를 잘라냈다. 그리고 왼쪽 다리도 정강이 부분을 잘라 분리시켰다. 지훈이 더듬거리며 자신의 두 다리를 어루만진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사이코는 인형의 머리마저 잘라냈다. 인형의 잔해가 마당에 나뒹굴었다.

 

사이코는 집 안으로 들어가 여러 가지 물건들을 한 아름 들고 나왔다. 검정 비닐봉지, 흙 묻은 삽, 검은색 가방이 손에 들려 있었다. 지훈은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그 물건들을 살폈다. 마당 한쪽에 손에 든 것을 내려놓은 사이코는 인형의 몸통을 주워들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미리 파놓은 구멍으로 향한다. 구멍 옆에는 파낸 흙이 언덕처럼 쌓였다.

 

사이코는 인형의 몸통을 시커먼 구멍 안으로 던졌다. 이상한 걸음걸이로 가까이 가더니 구멍 안을 들여다봤다. 삽을 들고 되돌아온 그가 쌓인 흙을 퍼 구멍을 감쪽같이 메웠다. 그걸 …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