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의 밤

  • 장르: 호러 | 태그: #편의점
  • 평점×43 | 분량: 44매
  • 소개: 나는 밤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새벽이 다가오는 밤. 인적없는 거리. 그리고 기이한 손님들. 더보기

불온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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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찾아왔다. 재개발 여파로 오래된 집들을 부수고 그 위에 원룸촌을 만드느라 부산스러운 낮과는 무척 달랐다. 한쪽엔 사람들이 빠진 빈집들이 한쪽엔 새로이 건물을 올리는 공사장들이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어 밤이 되면 주위엔 그 어떠한 인기척도 없다.

그 밤에 불을 밝힌 곳은 인부들을 위한 호프집과 맞은편에 덩그러니 있는 편의점. 파리 날리는 호프집에 불이 꺼지면 편의점 홀로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힌 섬과 같았다.

그곳의 간판은 늘 비루했다. 전류 흐르는 소리가 모기처럼 귓가에서 앵앵거렸으며 나방의 날갯짓마냥 불빛이 깜박였다. 하루에 손님은 스물이 간신히 넘었지만 낮에 오는 손님들이 주다. 밤에는 그저…

나는 계산대 뒤에서 가물거리는 두 눈을 비볐다. 서 있어도 잠은 밀려들었다. 흐릿한 시선에 매대에 가지런히 정렬된 과자와 통조림 그 끝 냉장고에 음료수, 주류가 보인다. 광택이 나는 하얀 바닥이 다시 뿌옇게 변했다. 꾸벅꾸벅. 고개가 자꾸 밑으로 향하고 눈꺼풀이 서로 들러붙었다. 아차다 싶은 정신이 들고. 나는 잠에 빠지지 않으려고 뺨을 때렸다. 잠시 총기가 돌아 주위를 본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과자와 통조림과 선명한 냉장고의 음료수, 주류들. 하품이 터져 나왔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호프집은 문을 닫았다.

아르바이트는 밤 열 한 시부터 새벽 다섯 시까지. 그 이후엔 점장님이 나와 오전 알바가 오기까지 봐주는 시스템이다. 계산대에 붙은 포스트잇에 눈길이 갔다.

야간알바 수칙사항

1. 절대 잠들지 말 것.

2. 절대 문 잠그지 말 것.

3. 절대 소리 지르지 말 것.

4. 절대 필요 외엔 전화하지 말 것.

이해가 되는가 싶다가 선뜻 왜인지 모를 수칙사항. 절대가 붙은 건 하지 않는 주의지만 천하장사도 이기기 어렵다는 졸음은 어쩔 수 없었다.

퉁퉁 데구루루. 선반 위에서 참치 캔이 떨어져 바닥을 구른다.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본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떨어진 참치 캔이 덩그러니. 굳게 닫힌 문이 거센 바람에 덜컹거렸다. 바람 때문일지도. 나는 반팔 소매 밑으로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질렀다. 덕분에 잠이 확 깼다.

계산대를 나와 매대 사이를 가로질러 갔다. 유리 너머로 불 꺼진 호프집과 가로등 불빛이 비추는 텅 빈 집들이 보였다. 문과 창은 사라지고 그 안에 찬바람과 어둠이 자리한 곳을 힐끗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참치 캔을 주워들었다. 흠칫.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멈췄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준비해둔 테이블 밑. 빛이 채 들지 않는 그곳에 숨어든 두 눈이 나를 본다. 불빛에 비어져 나온 때 묻은 운동화 코가 돌리는 눈길에 밟혔다. 아무 것도 아니란 듯이 참치 캔을 제자리에 두었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