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선이현AI –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

  • 장르: SF | 태그: #자율주행 #알고리즘 #자해공갈 #인공지능 #딜레마
  • 평점×106 | 분량: 153매 | 성향:
  • 소개: “저희 암페어 사는 언제나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자율 주행차의 사고 합의를 하는 게 업무인 암페어... 더보기

미선이현AI – 자율 주행 알고리즘 최적화를 위한 비공식 합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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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너머로 보이는 도로의 풍경은 매일 반복되는 광고 영상처럼 무심하게 스쳐 지나간다. 태호는 훈제 연어와 양상추 위에 크림소스를 잔뜩 얹은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물며 다른 한쪽 손으로 는 대시보드에 설치된 스크린을 밀어 올려 배달된 뉴스를 훑어보았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정보 조각들을 밀린 숙제처럼 체크하는 태호의 머릿속에는 내일 배달될 아침 샌드위치 메뉴가 떠다녔다. 햄 에그였나. 아니면 치킨 샐러드인가.

긴급 제동입니다. 주의하세요. 긴급 제동입니다.

날카로운 경고음과 함께 전면 유리가 붉은색으로 번쩍였다. 차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며 안전벨트에 걸린 태호의 몸이 앞으로 쏠 렸다. 가슴과 배가 강하게 조여지며 씹어 넘기던 샌드위치가 거꾸로 올라왔고, 손에서 빠져나간 샌드위치 조각이 대시보드로 날아가 달라붙었다. 걸쭉한 크림소스가 하얀 피처럼 흘러 내렸다.

편도 이 차선의 좁은 도로 양쪽에는 임시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허둥대며 주변을 돌아보던 태호의 눈에 그 차들 사이에서 튀어나와 태호의 차 오른쪽을 향해 날아드는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급제동이 걸렸는데도 미끄러져 나가는 차와 사람 사이의 거리는 속절없이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충돌을 피하기 힘들어 보였다. 속도를 줄이던 차의 핸들이 살짝 왼쪽으로 돌았다.

중앙선 너머 반대편 차선에서는 다른 차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날렵하게 휘어지는 유선형의 곡선이 번쩍거리는 새빨간 스포츠카 였는데, 와중에도 전혀 속도를 줄일 기색이 없어 보였다. 네트워크에 연동된 자율 주행 모드라면 두 차량 모두 각자 속도를 조절하여 사고를 피하는 게 정상이겠지만 저런 스포츠카를 모는 사람이 인공 지능에 운전을 맡길 리 없다. 스포츠카는 중앙선을 넘는 태호의 차를 향해 곧장 달려왔다.

이미 속도가 많이 줄어든 터라 큰 사고가 나지야 않겠지만 상대는 살짝 스치기라도 하면 태호가 타고 있는 차를 통째로 팔아도 못 갚을 수리비가 나온다는 무서운 차다. 급박한 상황에서 순간 태호는 자신의 차가 자율 주행 모드였다는 걸 상기하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피해 금액이 얼마가 됐든 태호가 부담해야 할 책임은 없다. 오히려 태호 역시 자동차 회사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자동차 회사는 갑자기 차로로 튀어나온 행인에게 책임을 물 을 수 있겠지만 그야 뭐 알 바 아니다.

하지만 왼쪽으로 돌아가던 태호의 차량 핸들은 회전을 멈추고 잠깐 움찔하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돌았다. 태호의 차는 제한 속도를 꽉 채운 채 그대로 달려오는 스포츠카의 측면과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갔다. 짙게 선팅한 유리 너머에서 태호를 바라보는 운전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쿵.

분명 스포츠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는데도 무언가에 부 딪히는 둔탁한 충격음이 들렸다. 차가 가까스로 멈춰 서고 비상등이 깜박였다.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린 태호의 눈에 길 위에서 나뒹 굴고 있는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스포츠카는 유유히 사고 현장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리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와 도 그렇지 이 정도를 못 피하다뇨? 자율 주행 이거 믿고 탈 수 있는 겁니까?”

유난하게 펄펄 뛰는 박태호를 달래며 안기현은 블랙박스의 주행 로그를 확인했다. 태호의 말대로 보행자를 피하지 못할 상황은 아 니었다. 보행자를 피할 것처럼 왼쪽으로 틀었던 조향 장치는 이내 튕겨 나오듯 오른쪽으로 회전했고 다시 좌우로 진동하며 흔들렸다. 내장 컴퓨터는 과도한 제어 반응으로 인한 오버 슛 현상이라는 분 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 가까스로 마주 오던 차는 피했지만 보 행자는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다.

차량 제조사인 암페어의 자체 프로그램은 보행자의 과실이 70퍼센트 이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피해 금액으로 본다면 큰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원칙대로 처리할 일이었다면 굳이 기현이 현장으로 파견될 이유가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동 주행차가 사람을 들이받은 건 후발 업체에 쫓기며 업계 1위를 간신히 지키고 있는 암페어 입장에서도 좋은 소식은 아니니까.

“보험 처리 없이 비공식적으로 보상을 해 주시겠다고요? 저야 보상액만 충분하면 상관없습니다만.”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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