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합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덜덜 떨어댔다.
사람들이 주위를 스쳐지나가도 내 시선은 오로지 핸드폰에 머물렀다. 서울역은 막차시간이 임박해오자 여남은 인파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고향에 내려가는 차표를 구하지 못했다. 입석표도 구하지 못해 조급하다.
원래 나는 고향에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매일 소같이 일했으니 그 시간이라도 집에서 푹 쉬고 싶었다. 이 사실을 미리 홀로 계신 노모에게 일러두었다. 괜히 설레발에 잔뜩 음식장만을 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노모는 힘없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도 당장은 내가 편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 시간 전에 외숙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숙모는 어머니와 한동네에 사셨는데, 어머니께 연락이 없어 갔더니 어머니가 쓰러져 있다며 난리를 치셨다. 헐레벌떡 집에서 튀어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비를 치룰 때 지갑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주머니에서 잔돈을 긁어모아 겨우 돈을 내고 서울역에 들어서서 나를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자 갑자기 이 모든 게 허무해졌다.
그들의 얼굴은 곧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무척 밝았다. 저마다 입에 웃음을 걸고 마치 다이아반지라도 되는 것 마냥 차표를 연방 들여다보았다. 쇼윈도에 비친 내 얼굴은 그들과 대비되었다. 축 쳐진 어깨와 음울한 얼굴.
돈도 없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가 핸드폰으로 기차표를 예매하는 법을 설명하다 이내 답답한지 자기가 알아보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막차시간은 다가왔다. 마침내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야, 오늘은 안 되겠다. 내일 첫차로 내가 예매했어. 다섯 시간만 기다리면 되니까 기차표는 문자로 보냈어. 오늘은 역에서 지내야겠는데 괜찮겠어? 내가 갈까?”
녀석이 와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괜찮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막차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행렬을 보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어머니는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