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 아에테르누스Homo sapiens aeternus. 일반적으로 인류에게 알려진 이름은 엘프들Elves. 인류가 살며 문명을 이룩했던 네 개의 대륙과는 전혀 다른 대륙 하나를 전유하는 인류의 아종. 약 오백 년쯤 전, 유럽의 개척가들이 탐욕스럽게 신항로를 찾던 도중 발견한 인간의 단 하나뿐인 친척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유일한 아종이고 뭐고, 황금과 노예, 그리고 자신이 개척해 왕이나 귀족처럼 살 수 있을 토지에 눈이 멀었던 탐험가들에게는 전혀 고려할 사안이 아니었다. 배에서 내린 선원과 군인들은 밀림 속의 거대한 도시에 다다라, 그곳에 사는 엘프들에게 입 대신 총구와 포구를 먼저 여는 방법으로 외교를 시작했다. 다른 대륙의 ‘덜 개화된 인간’에게 으레 그러했듯이. 여기에는 아주 사소한 오산이 있었다. 엘프들은 ‘덜 개화된 인간’ 따위가 전혀 아니었다는 오산.
머스킷을 든 침략자들이 첫 일제사격을 통해 엘프 몇 명의 피를 본 직후, 이 철과 불의 침략자들은 엘프들이 사용하는 ‘국소적 엔트로피 역전 체술’, 짧게 줄여서 흔히들 ‘마법’이라 일컫는 파괴적이고 소름끼치면서도…, 생존자의 감상에 의하면 아름다웠다고 기록된 힘에 쓸려나갔다. 당시의 엘프 마법은 당대 인류의 총이나 대포와 별다를 게 없는 위력이었다고 전해지지만, 기껏해야 배 몇 척에 타고 있을 몇백 단위의 병사들을 수백만이 사는 엘프 도시의 수십만 마법사들이 제압하기란 어린애 손목을 비트는 것보다도 쉬운 일이었다.
이 첫 인류 사절단의 무모함은 엘프 대륙의 모든 엘프 국가들에게 빠르게도 퍼져나갔고, 서로 알력하던 엘프의 나라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인류를 규탄했으며, 인류가 자신들의 대륙에 접근하는 일 자체를 엄금했다. 그와 동시에 엘프의 마법 선박들이 연안에 접근하는 모든 인류 함선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상식에서 이는 선전포고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최초에는 유럽 선박들, 나중에는 이들과 전혀 무관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선박들까지 조건 없이 나포되거나 격침되었으니. 수 세기에 걸쳐 때로는 격화되고 때로는 소강하며, 심지어 백 년이 넘는 불안한 휴전의 시기까지도 밟으면서 지리하게도 이어진 엘프 전쟁의 시작이었다.
내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시점은 그 백 년에 걸친 평화가 끝나기 한 해 전이었다. 박사가 되기 전부터 나는 한 가지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구애의 노래, 정확히는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의 구애 노래였다.
암컷 초파리를 발견한 수컷 초파리는 암컷을 따라다니며 날개를 마찰해 두 가지 유형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짧게 끊으며 반복하는 펄스 파형의 소리, 그리고 사인파 형태로 길게 이어지는 소리다. 이들은 각각 환경의 다른 소음들과는 구분되는, ‘자신 역시 초파리이며 수컷이고, 건강하다’ 따위의 정보를 담은 노래, 그리고 암컷의 짝짓기를 유도하는 유혹의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나는 수컷의 노래 파형을 푸리에 분석해서, 수치적으로 어떤 파형 특성을 지닌 초파리들이 짝짓기에 성공하는지, 어떤 수컷이 짝짓기를 하기까지 더 오래 걸리거나 덜 걸리는지, 또는 특정한 파형 특성을 가진 노래를 부르는 수컷의 자손들에게서는 어떤 특질이 나타나는지 따위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하던 연구도 마찬가지로 초파리 노래였다. 정확히는 파형을 분석해 이를 초파리 수명과 결부시켜 상관관계를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같은 연구실에서 마찬가지로 초파리를 다루던 동료가, 알을 가장 늦게 낳는 파리의 알들만을 골라서 수명을 최대 세 배까지 연장했던 실험을 보고 자극받아 진행하던 일이었다.
연구는 순조로웠지만,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이상한 깨달음이 하나 있었다. 초파리의 노래를 인간의 가청주파수로 바꾸어 재생했을 때, 번식에 늦게 성공한―아마도 효율적이지 않은 노래를 불렀을 수컷의 노래가 왜인지 내게는 더 아름답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