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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안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스크랩 처리해야 할 컨테이너 안에 든 자기테이프가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목적지가 있으면 택배고 메시지가 있으면 편지 아닐까? 최소한 택배 기사인, 취미로 소행성을 줍고 다니는 우주선 푸어이기도 한, 강한나 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강한나 씨는 우주선 푸어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러하듯이 강한나도 자신이 다른 우주선 푸어와 다르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인생, 대략 20년어치를 저당 잡혀 최고급의 우주선, 심지어 함교에 흑단 나무로 된 조타휠까지 세팅한 것은 다른 우주선 푸어와도 같다. 그렇지만 부지런히 일하면 다 갚을 수 있다. 흑단 조타휠 같은 극히 예외를 제외한다면 모두 운송업을 위한 셋업들이다. 비록 아광속 돌파 엔진까지는 달지 못했지만, 칼리스토-포이베 항로 등 태양계 안에서 화물 운송을 하기에는 최적의 세팅이다.
연료비와 수리비, 지구-월 할부금을 갚고 나면 강한나의 지갑에는 얼마 남지 않는다. 인구 대다수가 지구를 떠났고 심지어 최근 10년간은 지구에서 왔다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지만, 아직도 수많은 우주인이 지구의 월 단위와 시간계를 쓴다는 게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선 내부의 발광 장치와 생활 리듬은 365일, 24시간을 기준으로 세팅되어 있다. 이것도 꽤 큰 비용을 들인 세팅이다.
그렇게 숨 쉬는 것도 돈이라고 생각하면서, 산소 발생장치와 생명유지 장치들을 생각하면 실제로도 돈이다! 강한나는 어떻게든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커뮤니티를 돌아다닌다. 우주선에 중력장 검출기와 외부 암, 정밀 자세제어 노즐 등을 장착한 것도 값비싼 소행성을 주우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을 봐서 장착한 것이다. 턱도 없는 일이다. 애당초 진짜 비싼 건 지구나 완벽하게 테라포밍된 일부 행성에서나 자라는 나무를 가공한 목재나 간단한 가공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고분자 폴리머 합성체 같은 것이고, 모두 우주 공간에서는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순수 금으로 된 소행성을 찾는다 해도 생각보다 그렇게 돈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카메라만을 통해 감각적으로 암을 조작하는 법이나 정밀한 우주선의 자세제어 같은 기술들은 익히면 무조건 이득이다. 그런 믿음도 있지만, 그것보다 소행성을 줍고 성분 검사를 하는 그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아도 계속하고 있다.
그나마 하나 위안이라면 중력장 검출기를 이용해 탈출 속도를 유지한 채로 화물을 던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강한나는 이게 제법 고급 테크닉이라고 자부한다. 가끔 화주들에게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도 있지만 다른 화물운송원들은 할 수 없는 유니크한 테크닉이라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으로 절감되는 연료비 청구서를 보면서 매번 던지기를 시도한다. 그렇게 절감한 연료비와 시간을 다시 또 우주에 뿌리면서 고가치 표적을 찾을 때는 약간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오롯이 강한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경험이라며 투자할 가치가 있다며 합리화한다.
무엇보다도 추진기를 잃어버린 컨테이너를 찾아냈을 땐 중력장 검출기가 드디어 월척을 물어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용물은 컨테이너를 가득 메운 자기 테이프였다. 버리고 가는 게 무조건 이득이겠지만, 어떤 정보는 나무보다도 값비싸다. 그런 마음에 혹시나 혹시나 하고 컨테이너를 끌고 칼리스토의 우주 정거장으로 귀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