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비바스엔 단조로운 여름이 드리웠다. 존 그러샴은 카페 테이블에 앉아 샌드위치를 바라보았다. 눅눅한 채소와 덜 익힌 햄. 입안에 밀려온 습기 찬 냉기와 비릿한 맛에 그는 곧바로 실망했다. 접시를 밀어두고 무표정하게 손을 닦던 그는 티슈 몇 장을 더 뽑았다. 절반은 입을 닦는 데 쓰고 나머지 절반은 메모지처럼 겹쳐 테이블에 펼쳤다.
안주머니에서 오래된 만년필을 꺼내 티슈 위에 펜촉을 눌렀다. ‘존 그러샴’ 그리고 그 아래에 ‘그러나’. 잉크는 종이에 닿자마자 번졌다. 그러샴과 그러나. 소리 하나 차이. 그는 이 두 단어가 최소 대립쌍을 이룬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예전에 어디선가 배운 언어학의 편린이 떠올랐다. 자신의 이름과 역접의 연결사가 짝을 이룬다는 사실이 어쩐지 기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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