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까지는 아니고 대략 2주 전쯤, 신들이 살아있던 시절의 일이다. 태양신 바슈파흐는 작품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태양신의 아버지, 모든 신들의 신 에레수드라는 인간을 만들었다가 후회하였다. 이토록 오만하고 겁 없는 생물을 만든 것이 자신의 유일한 오점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에레수드라는 자신의 아들과 딸들 신에게 생물을 더 이상 만들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태양신 바슈파흐는 그 명령을 들을 생각 따위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에레수드라의 장남이요, 이 하늘보다 높은 하늘의 태양을 지키는 위대한 태양신 바슈파흐는 아버지 에레수드라의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부족한 피조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바슈파흐는 매일 태양을 마차에 실고 서쪽 별궁까지 옮기는 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자신의 동쪽 궁전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자신이라면 분명 인간보다 더 나은 피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태양신 바슈파흐는 동생 신, 에레수드라의 차남, 땅과 흙의 데헤못에게 가장 질 좋은 암석들과 꽃의 씨앗을 받아왔다. 검은 광택이 번쩍거리는 흑요석을 다듬어 바슈파흐는 천천히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나갔다. 거대한 흑요석이 거의 완성될 즈음에는 흑요석의 표면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에 아름다운 꽃의 씨앗을 넣고 다시 구멍을 매웠다. 그렇게 바슈파흐는 신들의 회의에도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가며 이 거대한 골렘을 만들었다.
한달 하고도 보름이 지나자 드디어 골렘이 완성되었다. 태양신은 그 형상을 보고 매우 만족하였다. 거대한 골렘은 키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팔은 아흔 큐빗 정도로 매우 길었는데 다리도 그만큼 길었다. 골렘은 전체적으로 검고 어두운 색깔의 흑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군데군데 사파이어나 루비나 페리도트들을 섞어서 그 부분에 빛이 닿으면 각양각색으로 빛이 났다. 꽃씨를 심어놓은 부분은 태양신의 권능을 만나, 빛이 충만하자 온몸의 표면은 아름다운 꽃과 잔디로 뒤덮였다. 얼굴에는 거대한 호박석을 박아 넣은 이 번쩍이는 광물 덩어리는 태양신의 호령에 맞추어 마침내 생명을 얻고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