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단풍

  • 장르: 호러
  • 평점×65 | 분량: 189매 | 성향:
  • 소개: 잘린 것은 다시 붙을까요? 더보기
작가

공작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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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니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 몇 명과 입원 환자들이 한 병실 입구에 모여 있었고, 열린 문 안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의 중년 여성이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저것 때문이라고! 저 나무를 베어 버려야 해!”

또 저러네, 라고 중얼거린 수간호사가 간호사들에게 환자들을 각자의 병실로 돌려보내라고 얘기하고는 문으로 들어갔다. 세란도 따라 들어가 문을 닫았다.

병실은 5인실이었지만 60대 초반 즈음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 혼자만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계속 소란을 피워서 다른 환자들이 모두 다른 방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었다. 창가 쪽 침대에 앉은 환자는 쪽진머리에 비녀를 꽂아서인지 뾰족하게 문신한 눈썹이 살짝 푸르스름해서인지 날카로운 눈매가 더욱 강조되었다. 그의 한쪽 발목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상처가 터진 듯 시뻘건 피가 배어나왔다.

“얌전히 계시라니까. 수술 부위 또 터졌잖아요.”

환자는 나무라는 수간호사와 창밖을 번갈아 삿대질하며 물었다.

“원장한테 얘기했어? 저 나무 베어야 해. 한시가 급하다고.”

“예, 예, 얘기했어요. 지금은 환자분 드레싱이 더 급해요. 소독 좀 할게요.”

“글쎄 저걸 없애기 전엔 낫지 않는대도!”

세란은 수간호사의 손을 뿌리치는 그 환자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수술 부위가 터진 이유가 나무 때문이라니 말이나 되나. 자기가 난동을 부리다 다친 거겠지. 그러면서도 대체 무슨 나무길래 저러나 하는 궁금증에 창으로 다가가 그가 가리키는 나무를 찾았다.

창밖으로는 병원 뒷편의 주차장이 내려다보였다. 그곳엔 몇 그루의 나무들이 있었는데, 세란은 그 환자가 무서워하는 나무가 어떤 건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둑한 풍경 속에 어딘가 이질적이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나무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물가의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아래로 늘어진 형태의 나무였는데 자잘하게 길쭉한 이파리들이 마치 선혈처럼 새빨갰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선 나무들의 싱싱한 푸른 색과 대비되어 현실과 괴리된 환상 같았으며 어두운 주차장 불빛 아래여서인지 매우 불길해 보였다. 세란은 골절기에 잘린 엄지손가락에서 흘러 나오던 피를 떠올렸다. 그 뜨겁고 시뻘건 생명의 상징이자 차갑고 어두운 죽음의 예고.

완력으로 중년 여성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담요를 덮은 수간호사가 긴장한 얼굴로 그 나무에 시선이 고정된 세란을 발견하고 말했다.

“아, 저거…. 단풍이 좀 일찍 든 거 가지고 불길한 징조라느니 어쩌느니 얘기들이 많아요. 기후 변화가 참 무섭죠?”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단풍이 늦어 지역 축제에 차질이 생긴다는 뉴스는 봤어도 한여름에 단풍이 찾아온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생긴 단풍나무도 있어요?”

세란이 물었다. 수간호사는 환자의 발목에서 피에 젖은 붕대를 풀어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의 발목은 복숭아뼈 위 쪽으로 빙 둘러 봉합한 자국이 있었다.

“색이 엄청 빨갛죠? 원장님이 선물 받은 건데, 공작단풍이라고 한대요. 잎이 화려한 공작의 깃털 모양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던가.”

공작의 깃털이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란의 눈에는 다른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빨간 머리.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