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니의 배전관 설계사로 일하는 내가 체득한 진리가 하나 있다면, 우주는 지독하게 어둡다는 것이었다. 콜로니 외벽으로 나가야 하는 총점검 때마다 체감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체감하지 않더라도 콜로니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별과 은하수에 익숙해지면 눈에 들어오는 건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어둠이라는 걸.
“V 씨, 베넷 씨의 출입을 확인했습니다. 에어록 잠금.”
에어록이 닫히고 기압을 맞추기 위해 공기가 분사됐다. 처음엔 들리지 않다가, 천천히 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리가 들릴 때쯤이면 공기 분사 역시 멎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웠다.
“기압 평형. 해치 개방. 콜로니에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마음 같아선 바로 헬멧을 벗고 싶었지만, 기압 평형을 맞추기 위해 쓰는 기체는 질소였다. 까딱하면 질식할 수도 있었다. 얌전히 해치를 열고 넘어가려는데, 같이 들어온 베넷이 움직이지 않았다.
“베넷?”
베넷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원체 말수가 적은 놈이라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베넷이 서 있는 자세는 지나치게 딱딱했다.
“베넷.”
“V 씨? 무슨 일이십니까?”
담당관과 통신이 아직 살아있었다.
“베넷의 생체 신호를 잡아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베넷이 움직이질 않는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담당관 역시 당황한 모양이었다. 나는 해치를 열어둔 채 베넷에게 다가갔다. 이상하리만치 헬멧 유리 너머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새카만 어둠으로 들어찬 것만 같았다.
“베넷, 장난치지 말고 그만 들어와.”
나는 손을 들어 베넷의 헬멧을 툭툭 쳤다. 그러자 베넷의 몸이 기울었다. 마치 속이 텅 빈 마네킹을 친 것처럼 베넷은 그대로 넘어졌다. 에어록은 콜로니의 인공 중력이 미약하게 닿는 곳이어서, 그의 쓰러짐은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호선을 그렸다.
“베넷!”
“V 씨, 문제가 있어요.”
베넷이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충격으로 헬멧과 몸체가 분리됐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가, 이윽고 더 크게 당황했다.
“베넷 씨의 생체 신호가 잡히지 않아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이 들어오시지 않으셨어요?”
“나도 알아.”
“네?”
“보면 안다고…….”
콜로니에서 생활하며 온갖 일에 익숙해졌다 자부했는데, 오늘부터 취소해야겠다. 나는 도저히 눈 앞에 펼쳐진 일을 설명할 자신도, 받아들일 자신도 없었다.
베넷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