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 장르: 호러
  • 평점×93 | 분량: 30매 | 성향:
  • 소개: 또야? *작품 내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이 다수 사용되었습니다.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더보기
작가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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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년이야?”

결국 잠에서 깬 남편이 경악스러운 목소리로 외쳤다. 먼저 일어나 있던 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두꺼운 암막 커튼을 걷고 안방 창문 밖을 지켜보았다.

여자는 언제나처럼 차량도 몇 대 없는 한적한 공터 주차장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었다.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 세 시가 가까워지는 이 야밤에, 홀로.

베개를 접어 머리통을 싸맨 남편이 모로 누웠다. 어제 아침 식사 자리서 없던 두통이 생긴 것 같다고 말한 그였다. 내 상태도 그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난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지긋이 눌러 문지르며, 다른 쪽 이마를 창문 유리에 대었다. 차게 식은 유리가 잠이 모자라 욱신대는 머리를 진정시켜주었다.

밤공기는 아직 선선했다. 그러나 이런 날씨도 여자의 전신을 가리는 빨간 장코트 차림을 설명하긴 어려웠다. 여자는 항상 같은 차림이었다. 얼굴을 가리고 허리까지 늘어진 숱 많은 검은 긴 머리와 여자가 입기엔 다소 사이즈가 커 보이는, 그래서 거의 종아리 아래 복사뼈까지 기장이 닿는 새빨간 코트, 그 밑으로 절반 정도 겨우 드러나는 검은 운동화. 여름으로 넘어가는 다 늦은 봄에 일부러 저렇게 입기도 어려울 테다. 게다가 상모 돌리듯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와 몸을 지탱하지 못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까지. 그 차림과 그 몸짓으로 파리한 가로등 불빛이 그리는 원 안을 용케 벗어나지 않고 한없이 맴도는 여자의 모습은 난해한 연극 같았다.

공연이 제발 끝나고 커튼이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심정으로 여자를 보던 그때, 갑자기 여자가 한자리에 우뚝 서곤 허리를 곧게 세우더니 숨을 한껏 들이켰다. 다음에 일어날 일을 알기에 난 남편이 했듯 양손으로 귀를 막았다.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