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세간으로부터 ‘불세출의 천재’라는 극진한 찬사를 들어온 화가, 이즈미 세이시로. 한때는 그 재능이 마치 운명처럼 자신을 찾아왔노라고 굳게 믿어왔던 그였으나. 자신을 향한 속세의 찬...더보기
소개: 세간으로부터 ‘불세출의 천재’라는 극진한 찬사를 들어온 화가, 이즈미 세이시로.
한때는 그 재능이 마치 운명처럼 자신을 찾아왔노라고 굳게 믿어왔던 그였으나.
자신을 향한 속세의 찬사가 그저 얄팍한 교양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잔혹한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간의 명성을 뿌리치고 오로지 참된 예술만을 좇겠다는 일생의 목표는 덧없는 환상이었을까, 젊은 예술가의 객기였을까?
홋카이도의 깊은 산속에 틀어박혀 얼굴 없는 화가가 되어버린 그였지만.
보름달이 처연하게 비치는 그의 화실에 이름 모를 여인이 문을 두드려온다.
다음 보름달이 뜨기 전까지 티끌만큼의 흠결조차 없는 완벽한 역작을 만들어달라는 여인의 청.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다음 보름달이 뜨는 일은 없었고.
시한부의 삶을 살던 세이시로는 반복되는 한 달 속에서 끝도 없이 붓을 적신다.
작가 코멘트
“선생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뭔가를 들은 것 같아서, 그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저 세상에서 말입니까?”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영영 여한이 없을 줄로만 알았는데, 마음 한편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째서일까요?”
“…어째서일까요…?”
세이시로는 말끝을 흐렸다.
새하얀 산봉우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그 시선이 어느새 물기로 젖어, 마냥 그렁그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