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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기분 탓이 아니었다.
굴곡진 그림자 끄트머리가 이틀 전보다 바닥타일 반쯤, 아니 하나 정도는 넘어서고 있었다. 녀석에 대한 호기심이 의심으로 바뀌며, 요 며칠간 녀석을 눈여겨보고 있었기에 눈치챌 수 있는 작은 변화였다. 나도 모르게 시계를 살폈다. 어쩌면 불필요한 행동일지도 모른다. 점심시간 즈음해서 녀석을 살피는 게 습관, 그 비슷한 것처럼 되었으니까. 예상한 대로 오후 한시를 갓 넘긴 시간이었다.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타일 하나 정도, 성인 남성의 반 뼘 정도만큼, 그림자 길이가 차이가 난다면 계절변화에서 오는 오차범위로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커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녀석이 커진다는 사실 외에도 불가해한 건 더 있었다. 탄생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존재 자체, 정확히는 녀석의 보존 방식 같은 것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가장 참기 힘든 건, 녀석을 대하는 다른 사람들의 무관심이었다.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녀석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치 철지난 유행이라도 된 것 마냥, 있는 듯 없는 듯 취급하기 일수였다. 다른 사람들이 무딘 건지, 아니면 내가 예민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왠지 외톨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울적한 기분이 밀려올 때 쯤,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입, 또 그거 보고 있어?”
고개를 돌리자 교대 때문에 식사를 먼저 마치고 온 A동 팀장이 옆에 서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네’ 하고 짧게 답하자, 팀장은 답을 예상이라도 한 듯, 창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나 역시 팀장의 시선을 따라, 녀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긴 도심 빌딩 사이에, 주인도 어미도 모를 정체불명의 ‘알’ 이 살아 숨쉬는데, 신기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