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현을 인터뷰하기로 결정되었을 때 나는 심란했다. SNS에 적힌 메일 주소로 그에게 평소대로 하는 것처럼, 정중한 어투와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는 문체로 인터뷰에 응해달라는 메일을 보냈었다. 마지막 시집 전에 인터뷰 한 번만 하죠, 형님. 어차피 시단 떠나시는데 독자분들이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시잖아요. 저희 잡지 문단이랑 별 관련 없는 거 아시잖아요. 그런 식의 말을 조금 더 정제해서 보냈었다.
답장은 짧았다. ‘내가 너랑 하는 인터뷰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냐.’ 그렇게 인터뷰는 성사되었다.
그의 행보는 가히 파격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독보적이다. 신춘문예에 응모하지 않은 시인들은 많고, 동인을 조직하는 시인들도 많지만, 홀로서기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인지도를 ‘성공적으로’ 획득한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그의 개인 사이트 <인외천국人外天國>에서 게재한 시들을 묶은 첫 번째 시집 <인간어로 말하지 않는다>는 내가 2024년에 읽은 시집 중에서 가장 감명 깊은 작품이다.
독립출판, 온라인 활동, 신비주의. 21세기 문학판을 뒤흔드는 ‘척’ 했던 세 가지 키워드를 김이현은 사용했고, 그리고 유일하게 ‘진짜로’ 흔든 유일한 작가였다. 첫 번째 시집을 공격적인 마케팅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팔았다. 그러면서도 모습은 드러내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 당시 시인 김이현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있었고, 그 단어는 ‘비인간’이다. 문학적 페르소나를 2차원으로 존재하는 캐릭터로 사용했고, 그 캐릭터는 인간이 아닌 수인(獸人)이었다. ‘시 바깥의 언어와 시인 자체의 진솔한 목소리로 독자를 또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그야말로 ‘괴물’ 신인의 등장’이라는 평이 있었던 만큼, 그의 활동은 파격적이었다. 페소아도 숱한 한국 시인들도 페르소나를 효과적으로 사용했지만, 그는 신세대의 감각으로 자아를 타자화하여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그렇기에 ‘젊은 작가들의 대표적인 얼굴 중 하나가 김이현이다’는 평가도 쉽게 나왔다. 시인 본인은 ‘경박한 호들갑’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5년간 행보는 화려한 호들갑보다는 거인의 차분한 발걸음에 가까웠다. 꾸준한 시집과 하나의 산문집, 자신이 몸담아왔던 퍼리 팬덤(furry fandom)에 대한 애정과 비판, 그리고 문단과 팬덤 양쪽에서 받은 관심. 그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김이현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독자로서 즐겁고 슬프던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걸 제공해준 김이현은 이제 시단을 떠난다.
그를 환영하는 사람이 있었던가 하면 배척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뒤의 부류를 더 많다고 느낀 것일까. 김이현은 지난 4월 인외천국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이제는 말들에 지쳤고 더 말할 힘이 없다’라고 고백했고, 올해 말에 마지막 시집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선공개한 시에서 그는 ‘조용한 곳에서 살았다 / ‘그렇지만 이건 전부 꿈이야’ / 읊조리는 네루다’고 쓸쓸히 읊조리기도 한다. (「영매사와 한 편의 절망」) 무엇이 시인을 이토록 애달프게 만들었는가. 서점가에 있는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그의 마지막 시집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 문단을 떠나기로 한 김이현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