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소나기가 쏟아지는 환상의 세계- 어서 오세요- 레인파크에- 무지개 너머 희망의 나라로-
10분에 한 번 간격으로 들려오는 테마송은 이제 거슬린다거나 지겹다는 느낌조차 없다. 노래가 나오든 아니든 들렸는지 어쨌는지 헷갈릴 정도가 되면 레인파크에서는 수습을 뗄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직원들이 종종 가사 내용을 비아냥거릴 때는 있다. 주로 신입의 교육 기간에 그렇다.
“희망의 나라는 무슨, 말라죽을. 무지개 뜨는 방향 저쪽 너머는 목연인데.”
“에, 진짜요?”
“몰랐어? 신입 너 여기 올 때 매핑 확인도 안 해 본 거야?”
“너무해요 매니저님. 환상이 다 깨졌잖아요.”
“환상은 깨지라고 있는 거지.”
“이제 무지개 보면 쓰레기부터 생각나겠어요. 차라리 몰랐던 게 나았어.”
신입이 앓는 소리를 냈다. 윤 매니저가 일깨워준 대로 목연에는 국내 최대 쓰레기 매립지가 있었다. 오래전 수도권이라고 불렸던 북부 주거지에서 배출된 생활 쓰레기는 모두 목연으로 옮겨진다. 레인파크에서 매일 띄우는 인공 무지개 방향 너머가 바로 그 목연이다. 이곳 즉, 레인파크가 있는 단하에서 서남쪽 목연 매립지까지의 거리는 약 15킬로미터 정도였다.
“근데 작사가도 그걸 알고서 가사를 지었을까요?”
“응. 난 의도했다에 한 표.”
신입의 물음에 레인파크 3년 차 윤 매니저가 그렇게 답했다.
“무슨 의도요?”
“레인 파크 너네가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에둘러 표현한 거지. 창작 의도에 숨기는 그런 거.”
“설마요.”
이틀 전 입사한 신입은 매니저의 그 음모론을 믿는 표정이었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레인파크를 향한 애사심은 아니었고 사실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인공 무지개 쇼는 레인파크가 개장하고 2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세팅되었다. 하지만 이 테마송은 개장 전에 준비되어 오픈 1년 전부터 모든 광고 매체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레인파크 혐오자가 어디 한둘이야. 극악한 자본주의 아이콘이라고.”
“맞아요. 과동기 중에도 몇 명 있었거든요.”
“그렇다니까.”
“구름 터뜨릴 시간이야.”
내 목소리가 끼어든 다음에야 매니저와 신입은 비로소 잡담을 그쳤다. 휴게실을 나서기 전 우리는 외부의 고온에 대비해 각자의 냉각제를 삼켰다.
“벌써 두 번이나 봤는데도 또 기대돼요 팀장님. 미라클 샤워.”
신입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대학 휴학 중인 신입은 스무 해 넘도록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이었다. 사흘을 연달아 보는 비와 무지개라니, 도시에서는 어림도 없을 일이니 무척 두근거리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업무에는 집중해. 계산 실수하지 말고.”
신입의 근무처는 기념품 숍이지만, 거기에서도 널찍한 창을 통해 미라클 샤워 현장은 잘 보인다.
“유리창에 비 듣는 소리도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내 당부는 안중에도 없는 듯 신입은 아련한 얼굴이었다. 어제도 마감과 재고가 맞지 않아서 이유를 찾아내느라 퇴근 후에도 고생을 했는데 신입은 벌써 다 털어낸 모양이었다. 레인파크가 더는 신기하거나 신선하지 않게 느껴지면 많은 전임자가 그랬듯 그만둘게요, 할지도 모르겠다.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가자 자비 없는 태양 빛에 달궈진 바깥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금세 몸을 덥혀왔다. 냉각제는 체감 기온을 낮춰주지만 40도씨를 가뿐히 넘기는 이런 계절에는 그 효능에도 한계가 있다.
덕분에 서둘러 비를 뿌리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