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룬디가 당기네요. 두 잔 내려서 함께 마셔요.”
“네, 고맙습니다.”
소린 씨가 다시 단정한 동작들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앞치마와 마스크가 없어서인지 조금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드리퍼에 물을 부으며 올라오는 커피 향에 미소 짓는 입술도 보이고. 눈이 마주쳐서 얼른 메뉴판으로 시선을 옮겼다. 부룬디 카얀자. 복숭아향. 패션프루트. 블루베리. 아쌈. 브라운 슈거.
“그거 알아요?”
소린 씨가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부룬디는 지도를 보면 나라가 하트 모양이에요. 그걸 생각하면서 마시면 커피도 왠지 그런 맛이 나요.”
나는 커피를 입에 머금고 눈을 감았다. 화사한 하트 모양의 맛. 가게 이름부터 행동 하나까지 전부 칼각의 에지(edge)를 세우는 사람이 앞치마를 벗자마자 하트 얘기를 꺼내는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올라갔다.
“기분 좋은 맛이죠?”
그제야 내가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을 떴다.
“네,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