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내의 얼굴에 작은 벌레 같은 것이 꿈틀대는 게 보인다. 아내 스스로도 모르는 ‘그것’은 교묘하게 피부에 위장하여 잘 안 보이지만 필요시엔 물을 마시는 등 자의적인 생체 활동을 한다. 남편은 처음엔 헛것을 본 거라 여기지만 곧 아들도 ‘그것’을 목격하게 되고, 결국 아내도 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작품의 초반을 이끄는 건 남편이지만, 결국 이 소설은 아내의 시점에서 종결된다. 가족에서 이질적인 어떤 것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는 내내 발작적 섬뜩함이 밀려오지만, 11월에 올라온 작품 중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라 느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잠」이 연상되었으니, 함께 읽어봐도 좋으리라.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새 작품 혹은 새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