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젊은 승상 네르구이(이름이 없다는 뜻)는 대 칸(황제)의 병환이 위중하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듣고, 제국의 네 황자들을 찾아간다. 모든 변경백과 의족들이 모이는 ‘대 쿠릴타이’가 열리고, 황자들의 경쟁인 옥패수탐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기 위해서다. 얼마지 않아 소식을 듣고 동서남북 각기의 개성과 야망을 가진 이들이 차례차례 모여들고, 제국의 앞날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길로 나아간다.
이 작품은 초반부터 다소 쉽지 않은 직업명과 이름 때문에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 팬이라면 높은 진입 장벽을 거쳐야만 한다. ‘쿠릴타이’, ‘세첸’, ‘네르구이’ 등 몽골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작가의 우직함이다. 저자가 그려낸 작중 등장인물들은 고지식하다고 할 정도로 한결같이 어투나 상황, 행동에서 세계관이 만들어낸 예와 규범을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은 풀어질 만한 상황이 와도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 부분은, 저자의 우직함이 빚어낸 결과라 하겠다. 이는 초반부를 읽는 이에게 답답함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적응한다면, 읽는 이는 곧 자신이 장대한 서사의 맨 앞에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뻔히 흘러갈 듯 보였던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선회하며 탄탄한 세계관과 함께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편집장의 관심을 끈 작품 혹은 작가를 찾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