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2020년 12월 편집장의 시선

“감히 저희가 출판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문학 출판사에 수습 편집자로 입사하게 된 오이오 씨는, 막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만 떠넘기듯 몰린 투고 원고들로 골치 아파한다. 결국 읽지도 않은 채 모든 투고원고에 거절 메일을 보낸 지 1시간 만에 행각이 들통나고, 업무는 더 늘어만 간다. 결국 친구인 세주에게 과중한 투고 검토 업무에 대한 한탄을 늘어놓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고처리기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투고처리기가 완성된 날, 회사 몰래 밀려든 투고 원고를 세주에게 넘기는데.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는 유쾌한 막내 편집자 이야기의 1인칭 시점에서 시작된다. 실상 단순히 ‘투고처리기’로 시작된 일은 급기야 인공지능 장편소설가를 탄생시키기에 이르고, 그 끝은 걷잡을 수 없다. 출판 시장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로 그린 이야기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한데, 후반부 진행은 읽는 이에 따라서 누군가는 경탄을, 또 누군가는 아쉬움을 나타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투고 원고만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꿈 같은 세상이 도래했으면 하는 희망도 함께 적어본다.

*편집장의 시선은 지난 한 달 동안 올라온 작품 중 나름의 개성을 가진 작품을 편집장이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작품별 추천작 카운트로 올라가진 않지만 월말 베스트 작품 후보와 분기별 출판 계약작 대상 후보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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