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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성리학의 이치(理) 대신 검은 매연이 끓고, 조정에는 군신(君臣)의 의리 대신 차가운 강철 톱니바퀴가 도는 나라. 가문을 잃고 한양 변... 더보기하늘에는 성리학의 이치(理) 대신 검은 매연이 끓고,
조정에는 군신(君臣)의 의리 대신 차가운 강철 톱니바퀴가 도는 나라.
가문을 잃고 한양 변두리 피맛골에서 기계나 고치던 몰락한 남인 격물학자, 유신.
어느 날 밤, 그의 발치로 떨어진 정체불명의 서양식 증기 밸브 하나가 조선의 운명을 뒤흔든다.
임금은 허수아비로 전락했고,
세도가는 나라 모르게 지하 제조창에서 조선을 집어삼킬 증기 병기를 찍어내고 있다.
사방이 적들로 가득 찬 위태로운 대궐,
벼랑 끝에 몰린 왕이 유신에게 은밀한 마패와 암침 소총을 하사하며 밀명을 내린다.
“과인의 사냥개가 되어 저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어라.”
신분을 감추기 위해 기름때와 매연으로 절어버린 흑색 도포를 걸친 채,
유신은 탐욕의 기계 장치들이 굉음을 내뿜는 한양의 그림자 속으로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