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
‘주저흔’은 한 인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망설임의 여정을 따라간다. 작품의 중심에는 성별, 가족, 사랑, 사회적 시선 등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분열되고 충돌하는 한 청소년, 유정이 있다. 그는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 오빠 ‘윤’의 그림자를 품은 채 자라며, 그 부재를 상상의 존재로 호출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 소설은 트랜스젠더 정체성과 자아분열, 청소년기의 성적 혼란과 가정폭력, 성폭력, 동성 간 사랑과 그 좌절을 통과하면서, 결국 ‘누가 살아남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이르게 한다. 유정은 자기 성별을 새롭게 규정하고자 하지만, 사회는 그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 과정에서 그의 몸에 새겨지는 ‘주저흔(躊躇痕)’은 단순한
자해의 흔적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을 향한 필사의 기록이자, 자기 존재를 확인받기 위한 최후의 언어이다.